김보성(문화관광과 땅끝담당)

김보성(문화관광과 땅끝담당)
김보성(문화관광과 땅끝담당)
며칠 전 직장 동료와 배를 타고 송호해수욕장 인근에서 바다낚시를 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전날 다른 이는 우럭, 돔을 60여마리 잡았네 하는데, 고기가 우리를 피해 다니는 것인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인지, 소문의 반도 미치지 못하고 신통치가 않다.

잡은 고기 마리수보다 비운 소주병수가 더 많음을 어쩌랴 !
그로부터 일주일후 아름다운 달마산 능선이 보이고 가을색이 많이 빠져버린 도솔암 아래 어느 저수지에서, 다시 낚싯대를 드리웠다. 가까이에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는 배추밭이 있는 인적 드문 작은 저수지이다.

바다에서 저수지로 장소를 바꾼 건 바다에 배를 메고 있어보니 요즘 김양식, 전복양식 일로 많은 분들이 매우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한가하게 낚시나 하고 있다는 것이 괜히 멋쩍었기 때문이다.

그분들 대부분은 얼굴을 아는 처지이고 낚시를 하는 우리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도리어 우리가 생업의 양식장 작업을 하는데 불편을 주는 것 같아 바다길목에 배를 띄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공무원으로 살아간다는 것 !
이것 또한 분명 좋은 점이 더 많지만, 이로 인해 발생되는 혼자만의 번민과 갈등은 만만치 않다. 각종 행정행위의 대상이 친인척, 지역의 아제, 형님, 동생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해주지 못할 때 받게 되는 불만과 비판은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공사(公私)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관계가 소원해질 때 미안함과 안타까움은 매우 크고, 좀 더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딱 잘라 말해버린 전화 한 통화에도 며칠이고 마음에 걸리는 게 고향의 공무원인 것을. 지역 주민들 또한 아는 처지라는 이유만으로 그 비판의 수위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것도 사실이고 잘 알고 있다.

어쩌랴. 이게 고향땅이고 대한민국 땅인데.
얼마 전 금년도 신규직원 8명이 현장체험 차 땅끝을 하루 다녀갔다. 큰 뜻을 가지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두발 딛고 격하게 살아가야할 우리 고장을 뜨거운 가슴으로 보듬자. 현장체험 기간 동안 선배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지 말고, 화원 양화 목포구 등대에서 송지 땅끝, 북일 땅끝을 한번 돌아보자고.

바람이 제법 차다. '주고받고'라는 말은 있어도 '받고 주고'라는 말은 흔치 않다.
첫눈이 오기 전에 올해 지금까지 가장 서운해 할 한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해서 소주한잔 나누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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