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

민인기(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
민인기(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
해남이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네 곳 중의 하나로 또다시 선정되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주에 해남군에 공문을 보내 내년 2월말까지 군의회의 동의를 받아 유치신청을 할 것을 요청해왔다.

한수원의 불투명하고 밀실행정식 핵발전소 입지확보 결정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를 둘러싼 지역 상황은 예전과는 달라 보인다. 유치에 찬성하는 군민들이 많고 핵발전소 유치위원회 활동내용이 보도되기도 하고 국회의원, 군수와 군의원들도 아직은 군민의 여론을 듣는다는 입장이다.

10여년전 그때에는 '핵발전소 건설저지 해남군민연합'이라는 범군민적인 기구를 중심으로 한 서명운동, 결의대회와 상경투쟁등을 통하여 군민의 핵발전소 반대의지를 관철시켰다. 혹 핵발전소 유치에 찬성하더라도 쉽게 말을 못하거나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묻혀버려 세를 형성하지 못했었다. 국회의원이나 군수도 처음부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투쟁에 앞장섰었다.

이렇게 상황이 변한 것은 핵발전소를 유치하면 지역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군민들의 기대감이 제일 큰 것 같다. 핵발전소가 지역경제를 살릴것인가. 2005년 김봉열 영광군수는 핵발전소가 가동된지 20년이 지났지만 영광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실시이후 해남군의 미래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농수산업과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는데 큰 이론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지역의 정치 사회적 상황 때문에 이러한 농수산업과 문화관광분야에서 인근 지역보다 뒤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군민들 속에 팽배해 있다. 그렇다면 핵발전소의 유치가 농수산업과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이거나 상생적이지 않은 서로 대립적이고 배타적인 관계여서 핵발전소 유치는 농수산업과 문화관광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해남에는 개발과 환경보존에 관련된 대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사례가 있다. 고천암과 산이면 영산강 간척지 문제다. 간척당시에는 군민들 대다수의 이른바 숙원사업이어서 반대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 군민들 대다수가 잘못된 간척사업이었다고 판단하고 간척지를 틀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혹 핵발전소 문제에 있어서도 이래서는 안된다.

이 핵발전소 유치신청 여부를 둘러싼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유치 찬성과 반대를 둘러싼 군민들간의 갈등과 반목, 대립과 분열이 심각해져 지역공동체의 파괴를 가져와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군민들의 역량을 한 방향으로 모아 가는데 결정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방폐장 문제를 둘러싼 전북 부안사태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염려스러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핵발전소 유치신청여부를 둘러싼 권한을 기지고 있는 군수와 해남군의회가 투명하고 분명하게 앞으로의 일정이나 방침을 가져야 하며 이를 군민과 공유해야 한다. 핵발전소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과 선출직 공무원으로서의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단순히 군민들의 여론을 듣겠다는 명분아래 유치 찬성과 반대 군민들의 갈등과 대립을 지켜보고만 있으면 안된다.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은 악화되어 더욱 치료가 어려워 지게 된다.

차라리 군민들간의 심각한 갈등과 반목, 대립과 분열을 가져오는 핵발전소 유치 보다는 유치 신청 포기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상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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