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마산면 송석리)

김성훈(마산면 송석리)
김성훈(마산면 송석리)
'2009년 10월 21일'
이날은 내가 20년간 살아왔었던 인천을 떠나 해남군민이 되던 날이다.

초등생때부터 자연을 동경하던 아이가 어느덧 30대 중반의 청년이 되어, 생면부지, 낯선 땅, 반도의 끝 해남에 그것도 홀로 귀농하게 된 것이다.

IT전문가로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숨쉴틈 없이 바쁜, 쫒기는 일상의 연속, 삶에 대한 고민이 하루하루 늘어가던 어느날, 그 해답이 귀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후 2년간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준비한 끝에, 2009년 10월 드디어 많은 후보지역들 중에 해남을 결정. 가족, 친지, 친구, 지인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지금의 낡고, 좁고, 허름하고, 불편한 그러나, 포근함이 넘치는 작은 집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귀농해서 처음 한 일은 면사무소, 군청,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하여 귀농 상담을 하고 다닌 것이다. 방문하는 곳 마다 상담자분들께서 해남군의 귀농지원 정책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셨지만, 사실 처음부터 군이나 정부에서 물질적 지원을 받고 시작하는 귀농에 대해선 관심 밖에 일이라 흘려들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귀농을 하려는데 해남군의 귀농정책에 대해서 좀 알아봐 달라고 하여 자세히 알아본 결과,'혼자 귀농한 사람에게는 지원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내게서 전해들은 친구는 많이 아쉬워 했다. 그런데 이번에 군에서 혼자 귀농한 사람도 귀농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어 바로 친구에게 전화하여 알려 주었더니 그 친구는 "해남으로의 귀농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야겠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귀농지원정책만 믿고 귀농을 생각하는 친구가 걱정이 되었다. 2년의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1년동안 좌충우돌(左衝右突) 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텃세, 도시에서 해먹을게 없어서, 사업이 망해서 내려왔을 것이라는 차가운 시선, 더욱이 혼자서는 도저히 안되니 가서 결혼하고 내려오라는 걱정어린 충고 등등 이런 시선 말 한마디 한마디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귀농자들을 위해 군의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군민들, 공무원들의 따뜻한 관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노력이 있다면 멀지않은 미래에 혼자건 가족이건 도시를 떠나 귀농하는 젊은 귀농자들의 살기 좋은 해남이 될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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