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 부조리 불평등 남은 한 아름다운 별로 영원히 빛나

전남대(총장 김윤수)가 지난 8일 제58주년 개교기념식에서 고 김남주 시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고인이 대학에 입학한지 41년만이다. 이와 함께 전남대 총동창회는 김 시인을 모교 명예를 빛낸 동문으로 선정, '용봉인 명예대상'을 수여했다.

민족시인·혁명시인이었고 지극히 서정적이었던 시인이자 번역가인 해남의 아들 김남주.

1946년 해남군 삼산면 봉학리 출생, 삼화초등학교, 해남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일고에 입학하였으나 획일적인 입시위주의 교육에 반대하여 이듬해 자퇴, 1969년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전남대 문리대 영문과에 입학한다. 1972년 전남대 법대 재학중이던 친구 이강과 함께 전국 최초의 반유신투쟁 지하신문 '함성'을 제작 배포했다. 1973년 지하신문 '고발'을 제작한 사건으로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이후 전남대에서 제적되었다.

1974년 '진혼가' '잿더미' 등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그는 1975년 사회과학서점 '카프카'를 개설, 광주사회문화운동의 구심점이 된다. 1977년 해남농민회를 결성 황석영· 최관행 등 광주지역 활동가들과 민중문화연구소를 개설해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1980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받고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어 1984년 첫시집 '진혼가'를 옥중에서 출간한다. 생전에 발표한 470여 편의 시 중 300여 편은 옥중에서 쓰여져 그는 옥중시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1988년 제3시집 '조국은 하나다'와 하이네·브레이트 ·네루다의 혁명시집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가 번역 출간됐다. 투옥생활 9년3개월 만에 형집행정지로 전주교도소에서 출감한다.

1989년 광주 문빈정사(절)에서 오랜 동지인 박광숙과 결혼했다. 옥중서한집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 시선집 '사랑의 무기'등의 다수 작품을 출간한다. 1992년 단재상 문학부문을 수상하고 반핵평화운동연합 공동의장 등 활발한 문학 활동과 사회참여 활동을 병행하였으나 1994년 2월 13일 췌장암으로 운명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장되었다. 유족으로 부인 박광숙 여사와 아들 토일씨가 있다.

김남주는 체 게바라를 연상케하는 투쟁의 시인으로 보이나 사실 그의 시는 전투적인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도 조국과 민족을 사랑했던 그의 시심은 '찬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시-옛마을을 지나며)'라고 읊은 그의 마음에서 발원한 것이었다. 그의 이데올로기적 유토피아가 계급 해방, 민족해방의 세상이었다면, 그의 본성이 회귀하고자 한 곳은 '고추를 따고 있는 어머니의 밭/숫돌에 낫을 갈아 벼를 베고 있는 아버지의 논/ 염소에게 뿔싸움을 시키고 있는 아이들의 방죽가(시-이 가을에 나는)'였다.

그리고 그의 서정과 인본주의 대한 진솔함은 그가 죽기 직전에 쓴 시에서 절정에 이른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 없이 듣고 나서 / … 저만큼 고추밭에서 /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 /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시- 추석무렵 부분)'을 보면 진한 휴머니즘이 느껴진다.

출옥 후 그는 시를 투쟁의 무기로만 파악하던 이전과는 달리, 시가 생활에 근거하는 것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인간적이고 생활적인 시를 많이 남겼다. 그 자신도 '사상의 거처' 후기에서 "생활이 있어야겠다. 생활의 중요한 구성인자인 노동과 투쟁이 있어야겠다. 노동과 투쟁이야말로 콸콸 흐르던 시의 샘이 아니던가"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은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고 노래했듯이, 그는 고향과 민족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랑의 시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시 '개똥벌레 하나'에서 "개똥벌레야 나는 네가 이슬로 환생했다고 / 노래하는 시인으로 살련다 / 먼 훗날 하늘나라에 가서" 라고 노래했듯이, 시인은 이제 지상에 없지만 억압과 부조리와 불평등이 남아 있는 한 대지를 비추는 아름다운 별로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빛날 것이다.

전남대가 올해 개교기념일을 맞아 고 김남주 시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김 시인의 부인 박광숙 여사가 김윤수 총장으로부터 졸업장을 전달받고 있다.
전남대가 올해 개교기념일을 맞아 고 김남주 시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김 시인의 부인 박광숙 여사가 김윤수 총장으로부터 졸업장을 전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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