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은 우리농업의 자존심, 국민의 희망

현산고현 옛고을영농조합법인 천병규 회장이 친환경가공공장, 우리밀 도정기계 앞에서 브랜드 땅끝오리쌀 을 안고있다.
현산고현 옛고을영농조합법인 천병규 회장이 친환경가공공장, 우리밀 도정기계 앞에서 브랜드 땅끝오리쌀 을 안고있다.
현산면 고현마을 옛고을 영농조합법인 작목반에 가면 상큼한 봄바람 타고 우리밀밭 향기가 물씬 풍겨 온다. 남들보다 먼저 우리밀 산업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통한 농가소득의 증대를 긍정적으로 판단, 우리밀 재배 작목반을 만들어 모두 부자되는 농가, 돌아오는 농촌 만들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천병규(49) 씨를 만났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 농군 천씨가 우리밀 재배로 눈을 돌린 이유는 쌀값의 하락 때문이었다. 2009년의 경우 추곡수매가격은 40kg 한가마에 4만3000원으로 2008년에 비해 무려 가마당 1만원이 하락했다. 천회장의 경우 한해 4~5천가마를 수확하므로 약 4000만원의 가격하락에 따른 손해를 보았다.

우리밀 작목반을 만들어 재배를 시작한지 7년째인 현재 작목반은 현산고현옛고을영농조합법인으로 발전, 회원 12농가 재배면적 약49만5000㎡(15만여평) 규모를 가지게 되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우리밀 품종은 때깔이 좋고 논에서도 잘 자라며 다른 품종보다 수확이 많고 거둬들이는 시기 또한 일주일 이상 빨라 벼농사 이모작 준비에 유리한 금강밀이다. 충남에 소재한 제분회사 밀다원에 계약분을 납품하고 나머지는 영농조합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시설에서 통밀을 가공, 직접 판매한다.

"밀다원에 납품을 하면 40kg 한 마대에 4만2000원 이지만 가공하여 직판을 하게 되면 11만원으로 두배 이상 벌어들이는 효과가 있어 힘들게 일한 만큼의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가공시설이 절대 필요합니다."

친환경 무농약으로 생산된 잡곡은 일반 잡곡보다 약1할 정도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영농방법으로 생산되는 잡곡값과 비슷한 가격대로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 다매박리 효과를 보고 싶으나 생산가 형성에 미치는 여러 요인들로 제약을 받는다.

"우선 포장지 구입에서 부터 어려움이 많습니다. 포장지 제작회사에 주문할 수 있는 기본량이 한 종류에 1만장 부터 인데, 1, 10, 20, 40kg 네 종류를 주문하게 되면 최소 주문량이 4만장이 됩니다. 4만장이면 한 장당 가격을 평균 500원만 잡아도 2000만원이 되는데 공장이 연간 필요로 하는 포장지는 이 절반 미만이지요. 목돈 부담의 비용도 버겁지만 사용하다 남는 포장지는 색이 변하거나 탄력이 떨어져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군청에 연간 예상되는 포장지 수요량을 파악, 해남브랜드로 도안 포장 단위별로 제작 매입해 두고, 농가나 영농법인 등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쓸 만큼만 구입 사용하는 방법을 건의해 두었다. 포장지 공란에 생산자의 스티커만 부착하여 판매하면 되므로 농가의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해남군이 보증하는 브랜드로 출하되므로 생산물건에 대한 호감과 신뢰도 향상에 따른 농특산물 홍보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택배 물류비용 문제도 큽니다. 판매가의 10%를 차지하는 택배비가 큰 부담이지요. 쌀 농사를 짓지 않아야 주는 직불금 차원을 과감히 탈피한 개혁적인 영농 동기유발 정책을 펴서 열심히 일한 농가에 대한 격려로 농업경영수당 차원의 도농교류 물류비지원 예산편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농사를 잘 지어도 판매처를 찾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관내급식업체와의 생산물 직거래를 유도하면 농가는 물류비 절감, 납품받는 업체(학교, 군부대, 기업체 등)는 유통 중간비용이 없어지게 되어 저가구입이 되고 소비자(학생, 군인, 기업체 직원 등)는 양질의 친환경 곡물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인접지 생산물을 소비함으로써 녹색성장운동에도 기여하게 된다. 천회장은 직거래 유도를 위한 방법론으로 군청 등 관계기관이 나서는 적극성을 띤 판로개척의 마켓팅을 든다.

행정기관 간 협조와 권유의 소통이 있게 되면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며, 관내라 하면 해남군내는 물론이고 고속화 도로 등의 교통 인프라의 혜택으로 광주권까지는 신선한 농산물 납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직거래품 가공수준은 통밀 도정 수준입니다만, 친환경 먹거리 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생협 등을 통한 우리밀가루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제분을 하려면 반드시 밀을 깎아야 하는데(정미)하여야 하는데, 군내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밀 정미시설을 고현에 설치했습니다. 우리밀 제분시설도 지원을 받아 유치된다면, 시설투자의 불필요한 중복을 막고 전남지역 우리밀 가공 선두기지가 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지역 활성화에도 한몫 하게 됩니다."

현재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고현마을에 500평 부지를 마련, 지방비 일부를 지원 받아 지상2층 건평 100평규모 시설 터닦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우리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은 급감하고 있는 반면, 밀 소비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1인당 1년에 34kg을 소비함으로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밀은 쌀 다음으로 주요한 제2의 식량이지만 99.8%를 수입에 의존함으로서 아직까지는 자립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곡물자급률은 호주가 280% 프랑스 191% 캐나다164%인 반면,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면 5% 미만으로 식량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 민간에서 우리밀 살리기운동을 시작한지 20여년이 된 지금, 우리밀 소비 규모는 연간 1만톤 내외로 생활소득 향상, 웰빙 문화의 확산 ,식품의 안전성 문제 등에 따른 소비자 수요의 증대로 확대일로에 있습니다. 이는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밀에 의존해왔던 소비자들이 곡물가 상승에 따라 가격차가 줄어든 우리밀로 소비경로와 패턴을 전환시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천회장은 국제곡물가상승의 파도에 휩쓸리기 전 생명의 근본인 농촌의 생산기반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정책적 노력과 국민들의 지원 성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수입밀을 소비했던 국민들이 우리밀로 돌아서야 합니다. 국민적 단합으로 우리밀 소비를 확대 가격과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 식량자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소수 민간의 노력으로 20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지켜온 소중한 우리밀을 국민 모두가 살려냄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 건강증진과 농업 회생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돈이 보이는 농특산물 가공기반시설(제분공장) 등에도 지금의 소극적인 지원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예산지원 사업 분야 선정의 다원화가 이뤄져야 한다.

농촌과 고향을 사랑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천병규 회장의 의지에서 우리밀 식량자급률150%의 내일이 성큼 와 있는 것을 본다.

<심재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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