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훈(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정광훈(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정광훈(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꽃 봄이 오면 누구나 꽃 구경 간다며 산 언덕이나 계곡을 찾아 나서 친지 가족들이 한데 모여 화창한 봄기운을 심장 깊숙이 채워간다.

우리 집 케빈(오두막)앞뜰과 뒤뜰에도 겨울부터 피기 시작한 동백과 향내 짙은 개불알꽃, 노루귀, 홍매화부터 피기 시작하여 하얀 목련이 필 때까지 13가지의 꽃이 피면서 진다.

나는 진달래꽃을 한 아름씩 꺾어들고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노래를 부르던 긴 머리 댕기 딴 천사들이 그리워서일까?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향기…" "밀익은 오월이면 보리내음…"  그리워서일까? 진달래꽃은 모여 피면 더욱 곱고, 사람은 모여 살면 더욱 정겹다고 한다.

4월 2일은 해남농민 영농발대식(춘투) 날이었다. 1년 중 딱 하루만이 농군 농민의 날이다. 투쟁선포식을 하고 연중 유일하게 자주적 농민 스스로 놀이마당을 만들어 축제하는 날이다. 4.19 전국 데모 축제 역시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3.15 부정선거에 반대하는 축제였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이기붕의 반란이 김주열 제물 때문에 부활한 암울한 시대, 역사의 흔적들이 남은 날이다.

4월 첫 일요일은 예수부활절 축제날이다. 일제하 기독교인들이 만세 운동을 하며 조국의 해방을 위해 선도했다는 이유로 선교사들은 물론 경성과 평양학생들이 오늘은 구속, 내일은 수배를 받으며 갖은 고난의 길을 가다가 순교의 재물로 바쳐져 나라를 구원에 이르게 하였다. 이런 실천 행동이야말로 부활이며 구원에 도달한 축제가 아니겠는가?

인류의 존엄과 행복지수는 문화와 축제에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에는 축제가 없다. 마을 뒷동산 진달래 꽃동네 축제도 없다. 그 자리에 여행사들의 관광버스 노래방 기기가 있을 뿐이다. 우리 마을 살기 좋은 곳엔 멕시코 원주민처럼 머리댕기 길게 딴 처녀들의 동백기름 내음도 없다. 그 자리엔 머리방과 머리 아픈 샤넬화공약품 냄새뿐이다.

우리집 소막, ,돼지막엔 풀먹는 향기로운 소똥냄새도 없다. 그 자리엔 카길사,몬산토 GMO(유전자조작)사료 냄새 뿐이다. 해남농민은 농사를 자기 뜻대로 짓지 못한다. 다만 다국적 농기업주들의 지휘에 따라 노예처럼 일할 뿐이다.

광주 전남, 해남엔 정치가 없다. 시, 군, 면민들은 민주당에 인질로 저당 잡혀 선거꾼들만 있을 뿐이다. 해남 농민, 노동자, 민중은 없다.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군의원만이 있다. 해남지역 사회와 학생들에게는 참 교육도 없다. 학생들을 인질로 참 교사들을 호시탐탐 삼청교육대로 보낼 준비만 하고 있다. 부정·부패를 없앤다는 참 공무원도 없다. 부정·부패를 일삼는데 방해가 된다며 0순위 삼청교육대 지망생만 찾았다.

그래도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 입은 봄날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유난히 올 봄은 방해꾼들이 많았었다. 대관령 폭설과 봄 시작부터 비가 오거나 흐리고 추웠다. 보리며 수박, 딸기, 채소들이 병치레를 앓고 있다.

공군 전투기 두 대가 대관령 어딘가에 사라져 참사로 확인됐다. 속초에서 관광버스가 그대로 떨어져 많은 사상자를 내었고 태안바다 모래밭에서 농식품부 직원들이 탄 차가 바위에 부딪혀 7명이나 함께 죽었다.

NLL부근에서 해군 함정이 똑깍 부러져 수많은 젊은 해군이 실종됐다. 아직도 그 원인을 못 찾고 있는데, 실제로는 안 찾고 있는지 어쩐지 방송사 시청률만 높아간다. 우리 어선이 화물선에 부딪쳐 침몰하여 실종자를 찾고 있다. 또 서울 어디 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재수 없는 놈 만나면 손재수 든다고 김영삼 정권 때도 기차가 탈선,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 지금 이명박 정권도 DNA가 같아서일까 해공 라이센스라고나 할까. 나는 사람들에게 재수없는 놈 만나서라기보다 4대강을 헐어버려서 용왕이 뿔났다고 말한다. 작년 국민의 촛불로 3도 화상 입은 것을 4대강 물로 씻고 짠 바닷물로 또 씻는다 해도 촛불의 상처는 치유 되지 않을 것이다.

연분홍 치마 입은 꽃 봄이 휴전선을 넘어 평양거리에 늘비하게 심어진 살구꽃을 피워야 되는데 백령도 바다에서 전쟁 연습을 하던 군함이 두 동강 나서 멈춰버렸다.

붉게 물든 진달래꽃 향기 가득한 봄날이 가기 전에 사건, 사고, 참사, 속물 선거의 인질이 아니라 사람냄새, 향내 나는 봄사람 찾아 해남사람 한번 맛나게 만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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