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최재천(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최재천(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끝없다.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계가 있다. 은하계 중 하나를 '우리은하계'라 부른다. 우리은하계는 다시 1000억 개가 넘는 별들의 집단으로 나뉜다. 바로 그 중 하나가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돌아 낮과 밤, 그리고 사계절을 구분한다. 너와 나, 우리인 해남 사람들은 이런 지구별 가족들이다. 이런 우주에 수많은 강과 호수와 저수지와 같은 형태로 물이 존재하는 별은 현재까지는 오직 지구뿐이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과 생명들은 물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더 이상 물을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은 장래에 지구에 있을 물의 양과 같다.(샌드라 포스텔)

해남 땅에도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지난 31일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강 사업'으로 추진하는 영산강 하구둑 구조개선사업 시공식을 산이면 해남광장에서 개최했다. 먼저 드는 의문은 이렇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영산강을 창조한 것도 아니고, 영산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도 없으면서 영산강의 지배권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번 사업 중 하나로 '저층수 배제시설'이 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그저 영산호 내부 깊은 곳에 있는 높은 염도의 저층수를 호수에서 바다로 빼내는 시설이다. 문제는 영산강 하구둑 완공 이후 온갖 퇴적물이 매년 13cm씩 쌓이면서 영산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해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인정하듯, 현재 영산호 바닥에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오염물질과 오니 등이 퇴적돼 있어 정부가 의도하는 저층수를 빼낼 때 오염물질이 함께 섞여서 해남과 목포 앞바다로 빠져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앞바다가 심각한 오염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이렇다. '함께 섞여서 배제될 수는 있겠지만 저층수의 배제시설의 용량이 미비하기 때문에 바깥 바다 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사업비도 전체 사업비 중 불과 1% 정도다.' 정부의 다음 설명이 참으로 번거롭다. '공사 착수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치겠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뀐 꼴이다.

정부도 일부 인정하듯 하구둑 안쪽의 물은 이미 썩어 있다.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급수다. 이 물을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어찌됐건 정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해남 앞바다로 뽑아내겠다는 것이다. 목포환경운동연합 임창옥 사무국장은 "아주 심한 농도의 오염물질을 바다로 빼내려면 중간에 저류지 등의 시설을 만들어야하고 최소한도의 정수과정을 거쳐서 바다로 내뽑아야 하는데, 미세한 양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빼내는 것은 해남 앞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미 사업비 6189억원, 사업종료 2012년을 목표로 한 공사는 시작됐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영산호 오염실태를 조사하고, 오염물질이 일부라도 바다로 배제되었을 때 바다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평가는 당연히 사업 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해남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절차 아니었던가.

오염물질이 흘러 갈 그 바다를 건너 해남에서 목포로 유학길을 다니던 법정스님이 계셨다. 스님은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망령된 것'이라며 "정치인 몇몇이 신성한 국토를 자기 생각대로 파헤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2007년 초파일, 길상사에서 법정스님께 직접 인사드릴 자리가 생겼다. "고향이 해남 화산입니다" 말씀드렸다. "나는 문내면이오" 답하셨다. "이제부터는 환경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갖는 정치활동을 해달라"고 말씀내리셨다. 말씀이 빚이 되었다. 맑은 뱃길 따라 다시 돌아오실 그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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