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끈기로 이룬 '황토심마니'…연 3억 매출

해월인삼농원 박병두 정춘영 부부가 무농약 묘삼 하우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해월인삼농원 박병두 정춘영 부부가 무농약 묘삼 하우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인삼 수확하는 광경.
인삼 수확하는 광경.
너른 황토 들녘이 펼쳐지는 산이면 해월리 일대를 지나다 보면 특용작물 재배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일대가 바로 인삼의 불모지였던 해남지역에 인삼의 씨를 뿌린 해월인삼농원 박병두 사장(52)의 농원이다.

'해월인삼농원'이라는 상호로 인삼에 매달려 땀과 열정을 쏟고 있는 박 사장이 인삼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1990년. 그는 당시 고향 해월리에서 수도작 농사를 하던 평범한 농민이었다. 논 1만평 밭 300평 임대농지 3만평 등 적지 않은 규모의 농사였지만 수확의 예측불확실로 툭하면 갈아엎게 되는 등 영농계획을 짜고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한해 1000만원 저축도 힘들어 커가는 아이들 학비조달도 어렵겠다는 판단 아래 단감재배를 겸하는 농업으로 첫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논농사와 단감재배는 영농일정이 비슷하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즉 단감의 일년 농사 성패를 좌우하는 감적뢰작업(감꽃속기)시기는 논농사의 모내기철과, 감 수확시기는 추수 때와 같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단감밭은 후배에게 넘겨주고 다른 작물을 찾던 중 인삼을 생각하게 된다. 인삼은 원래 연작이 되지 않는 작목으로 한번 심어 6년여 뒤 수확하면 다시 심을 수 없어 인삼 주산지인 충청지역 경작지가 점차 줄어들고 품질 또한 떨어질 것이라는데 착안했다. 때마침 인근 예정리 마을 귀농자로부터 인삼재배를 접하게 된다.

인삼선진지 찾아 인삼재배기술 배워

외지인은 외지인이었다. 인삼재배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본인이 모르니까 물어볼 것이 없었고, 묻지 않으니까 안 가르쳐 주는 식으로 시간만 흘러갔다. 점차 기술 전수는 소극적이 되었고 이에 자극을 받아 인삼재배 선진지인 충남금산, 전북진안, 영주시 풍지읍 등 인삼선진지 견학을 위해 발품을 팔고 독학으로 인삼재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박사장의 연구와 노력은 집요했다. 드디어 인삼이 보이기 시작하고 소득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됐다. 배추 심어 보았자 평당 5000원 벌기도 버거운데 인삼은 평당 약 10만원에 가까운 수익이 발생했다. 혼자서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산이면 가까운 사람들부터 권유하기 시작해 작목반을 거쳐 현재는 조합원이 11 가구인 영농조합법인 황토심마니(대표 정춘영)로 발전했다.

그는 지금도 매년 인삼재배면적을 5000평씩 늘려 가고 있다. 올해 새로 심게 될 면적까지 합치면 약 6만여 평에 달한다. 매년 수확한 6년근 70%는 한국인삼공사에, 30%는 고객들에게 직접 판매하여 연간 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매출에 따른 순수익의 일부를 재배면적 확대와 기술축적에 재투자 하고 있다.

그는 인삼재배가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기 투자에서 부터 6년근을 수확하기 까지 자금회전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인내와 끈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도 가격 등폭락이 큰 마늘이나 양파, 배추 등 수급불안정 품목 중심의 해남지역 농업체계를 바꿀수 있는 대체작목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지만 인삼재배도 판로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박사장은 생산되는 6년근 인삼 중 인삼공사와 계약재배된 70%를 제외한 나머지 30%를 판매하기 위해 2007년에 인삼가공공장을 전남에서 처음으로 산이면 해월리에 만들어 영농법인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생산 판매함으로 2009년에는 약 2억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약 3억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생산되는 품목은 백삼,홍삼,농축추출물 등으로 신종플루에 따른 수요폭등으로 물량이 딸릴 정도라고 한다.

선도농업인 선정, 지역발전공로상 등 수상

가공공장 시설확대를 위해 올해 2억5천만원의 지방비를 지원받아 규모도 커지게 된다. 인접 인삼재배 지역인 영암, 나주 등의 가공물량도 처리하여 전남지역의 독보적인 인삼가공기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향후 계획. 이렇게 연구하는 영농, 선도하는 영농, 지역농민 모두가 부자되는 영농의 노력이 인정받아 한국인삼공사 선도농업인으로 선정되었고, 2008년 해남군 농업인대상을 비롯하여 농업중앙회 새농민상, 지역발전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박사장의 인삼 사랑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인삼종주국의 명성을 기필코 이어가야 한다며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약초재배반에서 후배 양성에도 열성을 다하고 있다.

농민은 친환경 무공해 먹거리 생산에 전념하고 도농간 생산지 직거래의 유통책임은 농협에서 맡아 줄때 적극적인 영농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박사장의 농정발전 기본방향이다.

현재 해남군에는 12개의 농협이 산재해 있으나 농협 역할 중 하나인 유통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박사장은 영세 지역농협의 권역별 주산품목별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그 방법론으로는 팀제 운영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산이면은 배추권, 송지면은 마늘권, 옥천면은 벼 등으로 통합하여 직원 운영은 배추작물팀, 마늘작물팀, 벼작물팀, 구매서비스팀 등으로 팀을 구성하고 그 각팀에 군청과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을 라인으로 참여시켜 생산, 판매, 행정지원 등을 수시로 점검하고 토론 연구하여 영농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영세농협 통폐합으로 남게 되는 임원(조합장, 이사 등)의 인건비는 농산물류유통비로 투자하게 되고, 팀원제의 활성화로 오히려 일반직원 수는 늘게 되어 지역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영세농협의 통폐합은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 한발 앞선 선택으로 이점들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하는 박병두 사장의 힘찬 얼굴에서 해남영농의 밝은 미래를 본다.

<심재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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