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재(오성재치과의원 원장)

오성재(오성재치과의원 원장)
오성재(오성재치과의원 원장)
모처럼 휴일 오후 딱히 할일이 없어 방에서 뒹굴다가 이러면 시간이 아깝지 싶어 아이들과 함께 동네에서 가까운 금강산에 올라갔다. 팔각정 계단 주위로 동백인지 춘백인지 꽃망울이 살포시 보이고 떨어진 꽃잎들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봄볕을 가득 담은 주위에 논과 밭에는 스멀스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겨우내 부대끼며 견뎌온 키 큰 억새들은 봄바람에 겨워 흔들거린다. 이리저리 쉬엄쉬엄 올라가는 봄 산행은 몸과 마음을 나른하게 만든다.

봄이 전에 보다 빨리오니 어쩌니 재잘거리다가 가다보면 어느덧 이마에 땀이 송글 맺히며 정상에 다다른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읍 전경은 아이들이야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지만 늘 그렇듯이 유명한 맛집에서 음식을 시켜보니 별반 다를 게 없어 억울하게 그대로 먹을 수밖에 없는 그런 심정이랄까. 남도의 자연과 사람이 사는 환경이 잘 어우러져 언제라도 안길 수 있는 어머니 품속 같은 그림을 그려보지만 현실은 늘 반대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들 인사가 정겹다. 봄은 그렇게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지 어느덧 만 이년이 흘렀다.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을 대표로 하는 신자유주의집단은 내재한 모순의 폭발로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를 일으켰고 이는 시장과 정치세력 모두의 실패를 불러왔다. 이에 따른 여파와 반성으로 미국은 오바마, 일본은 하토야마정권이 들어섰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로 신자유주의를 적극 수용하는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으며 이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7%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소득 4만불을 달성하고 7대강국을 이룬다는 이른바 747경제는 대운하 4대강 세종시 등, 토목국가 정책을 통해 엄청난 예산을 퍼부으며 재벌과 건설업자들의 배를 채우고 있다. 새대통령은 친서민 행보를 보이는 척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으면서 부자감세정책을 취하고 보건과 복지 일자리는 내팽개친 채 국민과의 소통없이 일방으로 치달았다. 정주영 밑에서 일을 배웠다고 하는데 중장기적인 안목은 배우지 못하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것만 배운 게 아닌지, 그에 따라 IT 경쟁력은 세계 3위에서 16위로, 국가경쟁력은11위에서 19위로, 환경지수는 43계단 떨어진 94위라고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바 있다.
국가 경제는 물론 서민을 위한 경제는 그 미래가 암울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는 또 어떤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 듯 독재시대의 유령이 사회곳곳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는 특수부대를 동원해 사상자를 만들고 일 년 동안이나 방치하지 않았는가. 수백만이 촛불을 들고 반대하던 수입 쇠고기는 결국 들어오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던 언론을 법정에 세웠으며,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는 쓰레기취급을 하면서 신변의 위협을 가한다. 먹고 살길을 마련해 달라는 노동자의 호소가 기다리는 것은 해고와 차디찬 감옥이다. 농업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쌀값 하락은 쌀국수 먹기 운동으로 대처되고 농민들을 땅에서 떠나게 한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면 무조건 몰아낸다. 방송사 사장 ,아나운서, 문화예술인, 심지어 연예인까지. 맘에 들지 않으면 법정으로 내몬다. 학교교사, 공무원, 교육감, 기타 등등도. 이게 법치주의 국가인가. 가난한 노동자를 아버지로 둔 한 여고생은 몇 달치 학원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을 비관하여 꽃다운 목숨을 스스로 거두었다. 가정집에서 여중생이 실종되고 수많은 병력이 수색하는 가운데 사건발생 근처에서 살해되어 발견되는, 치안 부재상황에서 무슨 공교육강화 타령이고 교육선진화 타령인가.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는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구나) 우리가 사는 이 땅에 수없이 많은 촛불의 꽃을 피워야 진정 봄은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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