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훈(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정광훈(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정광훈(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긴 겨울 2월 입춘을 시작으로 우수 경칩을 지나 우리 집 앞 뜰 노오란 수선화 잎과 꽃대가 옹기종기 섞어 솟아오르면서 언제 추운 겨울이 있었냐는 듯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자라고, 잡풀 사이엔 어리디 어린 개구리 새끼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어오른다. 긴 겨울이어서인지 올봄은 장마처럼 연일 흐리고 비가 내렸다. 봄 작물들은 곰팡이 병으로 작황을 걱정한다. 3월의 봄기운은 피부로 감지된다. 이미 오래전 남쪽 땅끝 마을 담장 너머에 먼저 핀 청매며 홍매가 영동지방의 폭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반도의 봄은 산 너머 남촌 해남에서 온다. 3월은 '봄의 소리'처럼 힘차고 생기 넘친다. 그래서일까. 3월 8일은 남성들이 여성을 사회정치적으로 지배해 왔던, 봉건 잔재가 되었던, 전통사회를 깨뜨리기 위한 젠더들의 반란의 날인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일제국주의에 항거했던 아우네 장터와 해남 장날에도 태극기 흔들며 만세 만세… 백만번 만세를 외치며 조선 해방을 꿈꾸며 민중들이 일어서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해방운동 시작도 있었고 온 조선 민족의 축제날이 시작된 것도 3월이었다. 그런가 하면 1919년 그 시기는 농업사회였기에 우리 할아버지 부모들이 생산한 곡물과 면화 송탄유 칡넝쿨 등을 해창이나 남창 구시포 등의 개펄 선바실을 통해 일본으로 공출했으며 대동아전쟁 때도 만주 러시아 필리핀 대만 남양군도 일대 뿐만 아니라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도 집어 삼키기 위해 젊은 청년들은 징용으로, 누나 이모들은 정신대로 끌려가 일본군 성노리개로 반인륜적인 행위를 했었던 분노의 계절에서 해방 운동의 시작도 3월이었다.

일제국주의 지배하에서도 노동자들의 원산 파업과 전농의 미래사회를 꿈꾸며 싸웠던 때도,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기 위한 대중운동 또한 3월이었다. 그런데 자주적 해방이 아닌, 더 큰 외세에 의해 해방은 되었지만 일제 36년간 친일파에 의해 민중을 지배했던 권위주의 관료주의들의 행진은 오늘 지금의 현장에서도 악순환처럼 반복된다.

갑오농민전쟁 때 장흥 예산 공주 등지에서 나라를 구하고 민중을 구하고자 했던 의병들은 학살을 당했거나 반란으로 몰아 능지처참하여 삼족을 멸하려던 관아들의 유전자가 지금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토호세력들과 갖은 정치공작을 하는가 하면 5·10, 5·18, 4·3제주항쟁, 한국 전쟁 때 직간접 학살했었던 지배자들이 지금도 호시탐탐 민중들을 이산시키고 우매한 민중들을 닭갈비 몇 조각으로 환심사는 천박한 정치지형을 온존시키려 조삼모사를 일삼고 있다. 농민 노동자 민중 등 국민 없고 자기들만의 이권을 위해 정치 사회 문화마저도 돈으로서 매수 매도 매장 3매를 일삼고 이웃 간에 공동체마저도 깨는가 하면 개인주의 이기주의 무관심 비정치주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 고장 해남은 전국에서 제일가는 삶의 질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스스로 고립돼 외롭게 되었는가. 그것은 사회학적으로는 노동자와 농민이 생산한 사회적 재화를 제도적으로 착취해서 독점한 결과다.

6월이면 지방선거가 있다. 조무래기 관료들은 아주 예민하게 정치적 센서를 감지하고 있다. 줄서고 아부하고 각종 관급 사업자들도 도랑치고 새비(새우)잡기 위해 너스레를 떨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선거업자들은 짧은 기간에 한몫 채우기 위해 '저비용 고효율' '경쟁만이 살길이다'를 외친다. 누가 세계를 무엇으로 지배하고 약탈하는지 구조악에 대해서는 알바도 아니며 우선 내 앞에 큰 감만 나두면 된다. 베네수엘라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를 보라. 누구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가. 세계 초국적 자본의 총지휘자 미국과 맞짱 뜨자고 한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며 행복한 미래사회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 3·1만세가 그랬고 광화문 촛불이 그랬고 5·18항쟁이 그랬고 6·10 항쟁이 그랬다.

인류의 존엄과 분단된 설움의 아픔과 조국통일의 과업과 노동자 농민들의 행복이 마중 나올 세상을 실천해 봅시다. 천박스런 우리 해남이 아니라 낭만과 문화가 있고 공동선이 있는 해남, 지적인 해남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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