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오동나무는 빨리 자라면서도 그 목질이 좋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딸이 장성해 시집을 보내는데 장롱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나무의 성장도 빠를 뿐만 아니라 뒤틀림이 없고 습기를 잘 막아 장롱재로 긴요한 나무다. 선비들은 봉황이 깃드는 나무라고 할 만큼 상서로운 나무로 보았다.

잎은 늦게 5월 중간에야 피기 시작한다. 잎이 커서 그늘을 넓게 만들어주다가 낙엽이 지면 그 휑함이 다른 나무보다 눈에 더 잘 띈다. 옛사람들이 오동나무 잎을 보고 가을을 느낀다는 대목이나 조지훈 시인이 승무에서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라고 노래했던 것도 나뭇잎이 커서 밤중에도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꽃은 향기가 진하고 아름답다. 보랏빛의 통꽃을 이루며 무더기로 달린다. 자세히 보면 꽃이 처음 달릴 때의 진보라색이 차츰 엷어져 꽃이 질 즈음의 보라색은 많이 희미해진다. 나무 아래 앉으면 향기는 짙어 가는 봄의 안타까움이 코끝을 스친다. 꽃에 취하고 싶은 이는 막 피어나는 시작의 시기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가지를 베어내도 다음가지가 쉽게 잘 돋아난다. 베어낸 첫가지를 모동(母桐)이라 하고 다음 돋은 가지를 자동(子桐), 손동(孫桐)이라 부르는데 손동의 재질을 가장 상품으로 친다. 목재는 가볍고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아 거문고나 기타 같은 현악기의 제조에 중요하게 쓰인다. 연동 고산 박물관에 남아있는 고산유금의 거문고판도 오동나무다. 청사 앞의 오동나무를 베려한 것을 이순신이 호통을 쳐 보냈다는 이야기에서 찌질한 수령의 처신도 거문고를 만들려는 수작이었다. 가구재로 쓸 때는 방충, 방습 효과가 뛰어나 고급가구의 안쪽에 사용한다. 요즘엔 고급상자에 많이 쓰인다.

예전에 해남군청 앞에는 푸른 벽오동이 길게 늘어서 그늘이 좋았다. 벽오동, 수피가 푸르러 붙여진 이름이다. 재질이 좋고 수피가 특이해 오동나무와 구별 없이 많이 심었다. 벽오동 심은 뜻은~~노랫가사 들을 때마다 딸 가진 부모들의 이런저런 시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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