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용혈암 5층석탑 문화재 지정 서둘러야
탑동마을 지표조사 중간보고회

옥천 탑동에 있는 용혈암 5층석탑. 상당부분 결실·파손돼 문화재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천 탑동에 있는 용혈암 5층석탑. 상당부분 결실·파손돼 문화재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천면 탑동마을에 용혈암5층석탑이 있다. 이 탑은 통일신라말기에서 고려초기 시대의 탑으로 추정한다. 1000년 역사를 지닌 이 돌탑이 지금까지 잘 보존돼 왔는데 일부 결실되고 파손돼 문화재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남군과 (재)불교문화연구소가 5층석탑이 소재한 옥천 탑동마을 일대의 문화재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지표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 5층석탑은 어떤 탑일까. 통일신라시대의 전통을 이어받아 고려시대 전반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탑이 있는 이 마을에 고려 충숙왕 때 창건된 덕룡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구전도 있다. 높이 4.8m, 기단높이 1.8m, 기단너비 2.4m로 보존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남군이 지난 2006년 1월 1일 향토유적 제14호로 지정했다.

원래는 5층석탑으로,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이 강제로 해체해 일본으로 반출하려다 거센 태풍을 만나 출항하지 못해 이곳에 버리고 간 것을 옥천면민들이 회수해 현 위치에 재건됐다고 알려지는데 4층만이 남아있다. 전형적인 이중기단에 4개의 몸돌과 4개의 지붕돌로 연결된 탑의 1층 몸돌은 판석으로 조립됐다. 본래 2기의 석탑이 있었으나 1기는 자연재해로 파손됐다는 설도 있다. 기단석과 부재(部材)의 연결부분은 상당부분 결실(缺失)되고 훼손된 상태다.

지표조사는 이 석탑의 문화재적 가치를 △목조건축 수법을 석탑에 번안한 가구식 이중기단 △상층기단 갑석(甲石ㆍ대석위에 올려놓는 돌)에 부연처리 △갑석의 윗면을 수평으로 처리 △각층 탑신의 높이가 옥개석(屋蓋石) 높이에 비해 높다 △육개석 모서리의 들림 등에 있다고 보았다. 특히 통일신라시대 석탑양식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서서히 고려초기 석탑양식으로 형식화 되어가고 있는 탑이라는 점에 문화재적 가치를 두었다.

그런 역사적 가치를 지닌 탑이 부재가 결실되고 틈이 벌어지는 변형이 일어나면서 기단의 짜임이 이완돼 있다. 깨지고 균열돼 기단 내로 빗물 등이 들어가면 기단을 점차 약화시킬 수 있다.

해남군은 지난 21일 옥천 청신리 마을회관에서 마을주민을 비롯해 문화재자문위원 등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탑동마을 일대에서 벌인 지표조사 중간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중간보고회는 탑동마을은 현재 지표상으로 건물지 관련 유구가 확인되지 않지만 마을 안에 위치한 석탑과 사(寺)자 와편 등으로 보아 사찰이 입지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보았다. 사찰은 조사지역에서 수습된 유물의 속성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창건돼 조선초기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중간보고회에 문화재지도위원으로 참석한 천득염(전남대ㆍ건축학) 교수는 "기단부에서 보이는 신라 전형탑의 모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석탑의 문화재 지정을 서둘러야 하고 석탑의 보수 및 복원, 주변 시굴 및 발굴을 통한 사찰지 성격 규명을 강조했다.

최인선(순천대ㆍ고고학) 교수도 현재의 석탑에 다른 부재들이 들어가 있음을 지적하고 기울어진 탑의 시급한 보수를 요청했다. 또 탑동마을 일대에서 여러 가지 유물이 출토되고 있으므로 사지(寺址)의 성격을 밝히고 지방문화재 지정도 서둘러야 한다고 자문했다.

지표조사는 탑동마을 일대 역사유적 분포와 성격규명을 위해 지난 5월 시작해 내년 3월까지 계속한다. 해남군은 이번 지표조사와 아울러 용혈암5층석탑을 중요문화재로 승격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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