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승(우수영제일교회 목사)

조영승(우수영제일교회 목사)
조영승(우수영제일교회 목사)
한 동안 루저 파문으로 온 나라가 들썩 거렸다. 못생긴 남자가 루저라고 했으면, 아마 주관적인 판단아래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비껴갔을 것인데, 구체적인 키를 루저의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의 공분을 샀고, 필자는 아빠, 우리 학교에서 제 아래로 하나밖에 없어요! 라고 말하는 막내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영어에 관심이 있어, 루저라는 말의 어감을 잘 아는데, 그 말을 불특정 다수에게 썼다면 그야말로 막말이다. 인신공격적인 말이요, 사회에서의 낙오자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시골목사도 루저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어깨가 처진다. 잘 아는 목사님은 비록 큰 교단은 아니지만 속한 교단에서 중임을 맡고 있을 정도로 유능하게 일하고 해외에서도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교회를 맡고 계시나요? 라는 질문에 해남에 있는, 그것도 면단위의 조그만 시골교회라고 답하면 바로 대하는 눈길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럴 때 자격지심을 느끼고 한 없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조금 살만하면, 인근 대도시로 떠나고, 그곳에서 안정이 되면 서울로, 또 더 기반이 다져지면 강남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하는 말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다.

그러면 결국, 농촌을 떠나지 못하고 이곳을 지키는 우리들은 모두 능력이 없어 주저앉은 루저인가? 필자는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도시에서 목회하는 선후배 목사님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필자가 가장 존경하고 실력이 있으며 인격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목사님 몇 분이 모두 농촌에서 목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곳 해남의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안목과 능력이 두드러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큰 교회를 다니다 온 성도들이 고향 교회에 참여해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분들의 의도가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몇 번 당신들 교회 목사님 설교 테이프를 준 일이 있다. 아마 도시 교회에 있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의 목사님들에게 그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자신도 시골에 있는 우리의 모습에 열등감을 느끼며, 우리 지역사회 안에 있는 직분들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앞으로는 우리 모두가 서로 진정으로 존중하고 존경하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농촌에 의사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의료상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분들 중에는 농촌에서 맺은 관계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의 종합병원으로 옮길 수 있음에도 계속 있는 분도 있다고 하니,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한다.

농촌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도 농촌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지역사회를 지켜온 분들이다. 평생 농촌 교회를 말없이 지키며 섬겨온 장로님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지금까지 이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농업과 어업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온 우리 모두가 얼마나 소중한 자원들인가? 우리는 이 소중하고 유능한 자원들을 격려하고 존경하며, 그 자원들이 이 지역사회에서 더 크게 일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격려해야 한다. 희망을 가진 인적 인프라의 확보만이 농촌의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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