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석(변호사)

서일석(변호사)
서일석(변호사)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이란 매듭을 통해 삶은 성장한다. 역사에서도 시대의 길목마다 국가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개인과 똑 같다.

나아가 자신의 선택에 끝까지 책임지는 인생은 성공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패하지 않는 것처럼 역사의 선택에 있어서도 선택의 주체세력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경우 역사는 진보했다. 그러나 그들이 책임을 회피해 그 선택 책임이 불일치하는 경우 그것은 역사의 불행이었고, 후퇴였다.

선조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년전인 1590년경. 일본 실정을 파악하기 위해 황윤길, 김성룡을 통신사로 일본에 보냈는데 일본의 조선 침략 가능성이 없다는 김성일의 보고를 선택해 지방에 내렸던 방비령을 철폐했다.

그 결과 2년 후 조선은 아무런 준비 없이 일본의 침략을 당해 7년 동안 이 땅의 백성들은 삶의 터전을 완전히 유린당하는 피해를 입었지만 선조와 집권세력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선택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선 자신의 내부와 외부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 없었고, 선택의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상의 실패 외에 선택을 주도한 세력들이 당파적 입장에 집착하여 전체이익을 바라보지 못한 역사적 책임의식이 없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4대강 사업을 두고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사이에 정부에서는 사업시행에 8조6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4대강 사업이 찬성하는 쪽 주장대로 강을 살리고, 국토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될지, 아니면 반대쪽 주장처럼 환경재앙, 국토파괴의 결과를 가져올지 섣부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4대강 사업이 실패한 선택이 될 경우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이 참혹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선택의 실패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한 선택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역사에서 실패했던 선택의 과정과 너무나 닮아가고 있어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다.  4대강 사업이 그렇게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사업 시행기간 만큼의 긴 검토와 논의를 해야 한다.  변화되는 모습의 사전 예측과 영향에 대해 충분한 공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진지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고사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환경영향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졸속으로 끝냈다. 예산안은 이것보다 더 한심하다. 8조가 넘는 예산안은 세부적인 지출항목도 없이 제출됐다.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의 선택과정은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이를 다루는 사회의 시각도 자신 속한 정파의 이익에 함몰되어 있다.

절차의 실패는 곧 결과의 실패를 가져 온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아무리 의도가 좋은 일도 그 일을 선택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비정상적이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군사작전 하듯이 강을 팔 것이 아니다.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굽이쳐 흘러도 강은 바다에 이르듯이 백년이 아니라 천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4대강 사업이 필요한지 판단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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