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은 희<주부>

▲ 황 은 희<주부>
▲ 황 은 희<주부>
 "다녀오겠습니다." / "학교 가는 거야?" / "예"
 나이가 서른 살만 먹었어도 말리지 않는다, 지금 그 나이에 무슨 또 공부냐 하시며 대학원 진학을 반대하던 친정어머니는 책이며 사전이 들어있는 무거운 가방을 안쓰럽게 쳐다보십니다.
 그러나 친정엄마가 걱정하며 한참동안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있는 것은 알지만 터미널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합니다. 괜히 하늘 한 번 더 올려다보고 꽃망울 머금은 아파트 앞 홍매화에도 눈길 한 번 더 주고….
 여기 나이로 몇 살이냐, 공부할 수 있겠느냐며 만학의 꿈에 부풀어 있던 아줌마 눈에서 눈물 떨어뜨리게 한 교수님 얼굴도 한번 떠올리고, 해석해 놓은 우리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엄살 섞은 진실을 이야기하면 자꾸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위로와 격려해주며 어제 밤 도서관 문 닫는 시간까지 함께 공부한 내도서관 동무도 떠올리고…. 버스를 타고 갑니다. 작년 아들놈 선생님께 호출 받아가던 길도 이 길이지만 그때랑 달리 차창 밖 풍경들이 따뜻하고 생동감 넘칩니다.
 이렇게 도착하면 나를 맞는 것은 촌스러움(?)과 부유함(?) 드러내며 주눅 들게 하는-항상 차비가 얼마인지, 어디서 내려야하는지-도시버스정류장. 드디어 도착한 캠퍼스. 항상 젊음은 눈부십니다. 짧은 시간 공부하고, 다음 시간은 40쪽까지 원서 해석을 해오라는 과제를 받고 바쁜 걸음으로 해남으로 돌아왔습니다. "수요일은 3과목 다 들어서 화요일은 날 밤 새게 생겼네."
 얼마 전에 "OO아! 너 나중에 나중에 또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엄마딸로 다시 태어날래? 그 땐 엄마가 정말 잘해줄게. 그럴래?" 20여 년 동안 돈이라고는 벌어보지도 못한 도시각시엄마가 처음 해보는 농촌에 적응하느라 지쳐가고 대가없는 힘든 노동에 거칠어지면서 일관성도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횡포를 일삼았을 겁니다. "죽으려고 사는지 살려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새벽 6시30분에 나선 날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딸아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마! 살려고 그러지. 난 항상 우리엄마가 자랑스러워." 가슴이 찡해옵니다. 다른 엄마들이 주는 무조건적인, 절대적인 사랑도 주지 못한 변변치 못한 엄마임에도, 얼마 전 전화통화에서는 "흐흐 우리 엄마가 왜 그러실까"며 내 딸 되기를  은근히 거부하던 딸아이가 나를 자랑스럽다 합니다.
 아이들은 본 만큼만 생각 합니다. 꿈을 꾸지 않던 아들아이는 아직까지도 별다른 꿈을 꾸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아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항상 두 눈 부릅뜨고 어른을 봅니다. 아이들은 따라 쟁이니까요.
 조금 전 광주은행 사거리에서 침을 찍찍 뱉던 학생에게 눈살 찌푸려서, 빨간 입술을 바른 예쁜 여학생이 공부할 그 시간에 게임방에서 나올 때 한심하단 눈길 보내서, 축제 끝나면 단합대회 한다고 술 마신다며 쯧쯧 혀 차서 미안합니다. 그 모습들이 어른인 내 모습이겠지요. 꿈을 꾸게 하지 못한 어른 탓이겠지요.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평화와 사랑, 나눔과 배려, 열정과 도전, 용기와 꿈을 보여준다면… 후후후 세상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윌리엄 워즈워드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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