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

학업성취도 평가, 소위 전국 일제고사가 오는 14-15일 양일간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대상은 초등학교 3년, 6년, 중3년, 고1년이다. 학교에서 시험 한번 보는 게 무슨 대수냐며 속편하게 웃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알지만 이건 보통 시험이 아니다.

올해는 일부학교 표집에 그치지만, 2010년부터 모든 학교의 모든 성적은 일렬로 공개돼 누구나 쉽게 열람하게 될 것이고 점차적으로 학교의 폭풍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개되는 등수에 상처 입는 마음들은 아예 논의거리가 되지 않는다. 우선은 내 자식 성적이 수치로 계량화 될 것이니 뒤처지기 싫은 마음에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닦달할 것이고 결국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다.

국제중 설립부터 각종 경쟁교육을 강화하는 여러 조치들이 있지만 이 조치 하나만으로도 학원가는 몰려올 학생들을 예상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걸 보면 누가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고 사교육비를 늘리려하는가가 보이기도 한다.

전국석차에 뒤떨어지기 싫은 것은 학생만이 아니다. 각 시·도 교육청이 일제고사대비 시험을 치고 시·군별 학교에선 도교육청 시험에 대비해 미리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학원은 학교시험 대비 시험을 치고 각 교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학생들을 무한정 암기기계로 내몰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학교별로 점수를 올리려 온갖 부정한 방법들이 동원된다는 것이 이 시험을 실시했던 예전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성적에 압박을 받는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불면, 자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성적공개의 폐해가 이 선에서 멈추면 좋겠지만 안심할 수 없다. 분위기가 흘러가는 꼴로 보아서는 조만간 고교등급제 실시 근거자료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서울의 명문 사립대학교를 중심으로 고교등급제, 기여 입학제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고교등급제, 기여 입학제가 실시되면 시골에서 서울로 학교보내기는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성적이 공개되면 강남의 학원가가 납부해야 할 전기요금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정책을 지지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운동의 뒷돈을 빌려준 곳이 서울학원가 사람들이었다는 소식도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말을 할수록 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아마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나 혼자 만의 불신습관 때문이리라.

이 일제고사에 교사들은 반대를 해도 속사정을 잘 모르는 학부모들은 '교사의 가르치는 실력이 공개되는 것이 싫어서겠지' 정도의 생각을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학생 자살률이 늘어난다. 결국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이 구조의 최종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다. 학원 열심히 다녀서 서울대 가고, 서울대 가면 졸업 후엔 국제적 경쟁력이라곤 하나도 갖추지 못한 채, 학원가의 강사나 돼 다시 고수익을 올리는 이 기형적인 구조에서 언제나 벗어날 것인가. 학부모들의 각성과 행동이 긴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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