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인 힘이 느껴집니다

공재 윤두서의 초충도.
공재 윤두서의 초충도.
신사임당의 초충도.
신사임당의 초충도.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 가면 공재 윤두서의 작품 초충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초충도 하면 먼저 신사임당을 떠올리지요. 우리나라 초충도 분야에서 신사임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재도 초충도 작품을 남깁니다. 공재의 초충도와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비교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는 그림 읽기이지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의 차이와 두 사람의 성격 차이가 작품을 통해 들어나기 때문입니다.
공재의 작품은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작품인데 반해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그야말로 여성적인 섬세함이 잘 드러나지요.

먼저 공재의 초충도 작품을 들여다볼까요. 공재의 초충도는 이파리 2개와 그 이파리 위에 여치 한 마리를 그려 넣은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화면 전체에 작품이 가득 찼다는 느낌과 여백의 미가 동시에 느껴지지요.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이파리 하나는 전체의 모습이 다 드러나게 그렸고 나머지 하나는  2/3쯤, 그리고 또 하나는 과감히 화면 밖으로 생략해 버렸지요. 공재의 초충도에서만 보이는 과감한 구도이지요. 이 구도를 통해 공재의 초충도는 힘이 느껴지고 화면이 가득 찼다는 느낌을 봤습니다. 그러나 결코 답답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커다란 이파리와 엇갈린 가지들을 통해 화면을 크게 구획하면서 공간을 대범하게 분할했기 때문입니다.
또 공재는 잎면을 세련된 선염으로 처리해 작품을 부드러운 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 과감한 구도에서 오는 힘, 그러나 부드러움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잎 위에 있는 여치는 마치 돋보기로 관찰한 듯 또렷하고 정확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공재의 뛰어난 관찰력과 사실성을 중시하는 공재의 미술정신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간결하면서도 안정된 구도와 여성적인 섬세함, 산뜻하면서도 한국적 품위를 지닌 색채감각이 돋보이지요.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한번 들여다볼까요. 중앙의 가지 두 줄기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줄기에 열려있는 가지의 빛깔이 곱기도 합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중앙에 두 세 가지의 식물을 그린 다음에, 그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풀벌레를 적당히 배치해 좌우 균형과 변화를 꾀합니다. 

식물과 풀벌레를 실물에 가깝게 묘사하면서도, 섬세하고 선명한 필선으로 묘사해 여성 특유의 청초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살려내지요.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