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천(현산면)

문영천(현산면)
문영천(현산면)
교실 문 앞에 이르니 누군가가 달려 나온다. 동화 할아버지! 외침과 동시에 품에 안긴다. 그 뒤를 이어 와! 수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몸을 던진다. 볼에 뽀뽀하는 놈, 겨드랑이로 파고드는 놈, 등에 업이는 놈, 잠깐 사이 아이들에게 포위가 돼 버렸다.

"동화 할아버지 들어오시게 길을 비켜 드려야지" 선생님의 말씀에 길이 열린다. 손잡고 끌고 가는 놈, 바지가랑이 잡고 가는 놈, 교실까지 떠밀려 간다. 키가 크고 속이 좀 든 아이는 멀리서 보고만 있다.

아이들과 교실 바닥에 앉자 몇 놈이 잽싸게 나의 무릎에 앉는다.
나를 맞이하는 아이들의 노래가 시작된다.

'아저씨, 아저씨 동화아저씨-이, 재미있는 이야기 해 주셔요, 오-오냐 그러마 이야기 하마 옛날에 간날에 어느 살골에-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롱초롱한 눈빛이 사랑스럽다.
무서운 호랑이 이야기에 아이들은 두 눈을 딱 감고 숨을 죽인다. 호랑이가 땅에 뚝 떨어져 창에 찔리자 어흥 어흥 울면서 죽어갔다는 대목에선 그동안 참았던 숨을 길게 내 쉰다.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는 줄 알면 아이들은 벌써 동화아저씨 노래를 시작한다.
'아저씨, 아저씨 동화아저씨-이, 재미있는 이야기 하여주셔요.'

이야기가 끝나고 잠깐 숨을 돌리려 하는데 철이 들어 보이는 승준이란 녀석이 주변에 아무도 없자 슬그머니 내 무릎에 앉아본다.
정다운 아이들, 이름도 불러보고 얼굴도 만져 보고 싶다.

 

문영천 할아버지는 해남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일거리 사업으로 현산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설화를 들려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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