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농촌다움 살려 마을가꾼 일본

▲ 다랭이 논 가에 꽃무릇을 심어 축제를 여는 후쿠오카 우키하초는다랭이 논을 특화해 지역브랜드로 만들었다.

 일본의 농촌관광, 농가민박, 농촌개발, 그린투어리즘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가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8박9일 동안 일본 큐슈지역에서 실시됐다. 
 전국 일간지와 지역신문 기자 15명으로 구성된 공동취재단은 후쿠오카·오이타·미야자키·가고시마·구마모토현을 방문해 현황을 취재했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하고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했다.
 
  싣는순서  
  1. 일본 농촌 그린투어리즘
  2. 예술인 불러들이는 일본농촌
  3. 주민들이 만든 마을 유후시
  4. 다랭이논 석산축제  우키하초
  4. 유기농업으로 활로 연 아야초  
  5. 회원제 농가민박 운영 아지무초
  6. 농촌 인재 키우는 큐슈투어리즘대학
  7. 농촌관광 넘어 귀농 추진하는 일본 

 

 

농촌개발의 핵심 동력 인력개발에 주력


관광객 장기체류 유도할 '관광거리' 고민


해남도 스타급 농촌관광마을 개발하자

 

 해남의 주력산업은 농업과 관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남군의 관광은 관광지 중심이었을 뿐 해남의 특성인 농업과 관광은 하나로 엮어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농촌관광은 단체관광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와 위락지를 찾는 관광에서 가족단위로 체험과 휴식을 취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어 농촌관광은 농업과 농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관광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강원도만도 140여개, 전국적으로 약900여 마을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급 마을들이 전국에 탄생하고 있으며, 이들 마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농업의 가치와 농촌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과 더불어 농촌관광이 위기의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농촌을 유지할 수 있는 한 방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해남군 내에는 북평 동해리녹색농촌마을, 읍 연동아름마을, 삼산면 두륜산정보화마을, 송지 사구미어촌체험마을, 북평 오산 어촌체험마을, 북평 동촌장수마을, 송지 송호리 황토테마촌 등 농촌마을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군이며 광작 중심으로 농사를 지어 온 해남은 그동안 농업수입만으로도 지역경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농촌관광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외수입이 절실해 지고 있어 기업유치가 불가능한 지역의 특성상 농촌관광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개발과 농촌지역개발의 개념이 혼재돼 마치 농촌관광이 농업과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인 양 여겨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녹색농촌마을 등으로 특정마을로 지정되더라도 수년 내에 농산물판매와 직결돼 농민소득이 크게 늘지 않고, 각 마을별로 체험활동의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눈길을 끌지 못하는 등 나름대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이타현 산촌마을 유후시(지난해 합병 전에는 유후인)는 지난 50년 동안 지역민들이 녹색의 걷고 싶은 도시, 여성 혼자서도 관광 올 수 있는 안전한 지역만들기를 표방하고  지역을 개발한 결과 380만명이 다녀가고  300억엔의 관광수입(2004년 유후시청)을 올리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농촌 지역을 아름답게 개발한 결과 지역 내 농산물은 덤으로 지역 내에서 모두 소비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미야자키현 아야초는 1농가 1평 유기농업실천 계획으로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인 후 관광분야에 투자했다.
 농업으로 활로를 연 아야초 사례는 지역만들기와 농촌관광을 통해 농업을 살린 유후인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과정은 다르지만 이 두 지역 모두 지역의 자원을 조사하고 특색 있는 개발의 방향을 합의한 지역민들의 참여와 이를 이끌어간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남은 지역자원에 대한 조사가 불충분하고, 그나마 농촌개발을 이끌어나갈 지도자가 충분치 않으며, 주민참여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 오이타현의 오구니초는 큐슈그린투어리즘대학을 열어 농가민박과 농촌마을 지도자들을 매년 교육해 인력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농업과 관광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농가들에게 경영자와 관광안내자로서의 자질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지역은 문화 예술인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유후시와 아야초, 오구니초는 문화, 예술, 공예 인력을 불러들여 각종 음악제와 미술제, 축제 등을 열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해 농촌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또한 이들의 안목이 지역 전통과 결합해 새로운 지역만의 수준 높은 문화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정부도 농촌지역을 발전시킬 동력을 만들고자 은퇴를 앞둔 단카이세대(전후세대)와 도시 청년들을 농촌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해남 역시 지역개발의 동력인 인력을 외부에서 어떻게 불러들이고, 지역 내에서 키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 다른 차이점은 개발의 범위다. 일본은 마을만들기 단위는 초(町)로 한국으로 치면 면지역 2~3개 정도 되는 지역이다.
 우리하고는 개발단위가 다르고, 마을로만 지원하는 우리와 달리 지원 대상을 공동체와 개인을 함께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본은 인구과소지역이 늘어나 행정구역간 합병이 크게 늘고 있다. 공동취재단이 방문한 유후시, 아지무가 지난해 합병을 했으며 2004년 통계를 보면 1995년에 비해 135개 시정촌이 줄어들었다.
 일본농촌은 관광협회, 각종 보존협의회, 위원회 등이 활발히 움직여 주민들의 참여가 높고 함께 일하는데 익숙하지만, 우리는 함께 일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정부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일본과 다른 점이다.
 이같은 추세를 볼 때 개발단위와 지원을 마을로 국한하고 있는 한국의 농촌개발 방식 또한 범위를 늘리고, 지원을 개인에게 하는 방향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일본 농촌관광마을들도 이농에 따른 고령화와 농촌지도자 부족, 체험의 단순함,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관광객 중심, 단기체류에 머무는 관광형태 등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과는 달리 관광객들이 농촌에 길어야 2박3일 이상 머물 '꺼리'가 없다는 일본의 고민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이타현은 110농가가 민박을 하고 있는데 그중 우사시 아지무초는 14농가가 회원제 농가민박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후쿠오카현 우키야시 우키야초는 관광객들이 장기체류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고모리에 시범적으로 농가들이 공동으로 경영하는 민박집을 지난달 30일 개소했다. 이 민박들은 농민들과 똑같이 일하고 쉬고 생활할 뿐 다른 프로그램이 없다.
 하지만 이들 농가민박 역시 평균 체류 일수가 이틀이 안된다. 따라서 해남도 농가민박과 체험마을을 연계하는 네트워크 구축과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하는 지역개발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농촌관광을 실시하는 농민과 지방자치단체 2002년 통계로 1166곳에 이르고 있다. 가고시마현 농가 9만 세대 중 농업소득이 50% 이상인 세대는 1만6000세대뿐이다. 일본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와같은 통계는 농업소득만으로 농가가 농촌에서 살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농업은 어렵고, 별다른 산업을 유치하기 어려운 해남에 이제 막 바람이 불고 있는 농촌관광은 몇 명이 다녀갔고, 얼마나 농산물을 팔았는가에 중점을 두는 성과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민들에게 쉼과 체험을 주는 농촌다움을 간직한 지역을 개발하면, 지역 내 농산물의 가치도 그만큼 올라간다.
 농촌관광은 농촌을 천박한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안전한 농산물 생산지,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 다양한 체험이 존재하는 곳으로 농촌의 품격을 높이는 작업이다.
 농촌관광은 농업의 가치와 농촌의 품격을 높이는 스타급 농촌마을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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