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우리자화상 반성계기로

해체 가정, 다문화 가정 아이들 지역사회가 돌보자

 

 고등학생들이 서울로 상경할 비용을 마련하려다가 살인을 저지른 송지면 살인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사를 참관했던 관계자는 아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왜 범행을 저질렀냐는 질문에 "그냥요" "어쩌다보니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무거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살인을 하기까지 삶의 과정 이면에는 우리사회 양극화의 낮은 쪽을 형성하고 있는 암울한 농촌의 현실과 급격한 가정해체로 인해 방치된 아이들의 삶이 도드라져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건에 가담한 아이들에게는 사실상 가정이 없었다. 이 아이들 중에는 사건이 터져서야 아버지를 처음으로 제대로 만난 아이도 있었다. 3살 때 할머니에게 맡겨진 후로 줄곧 농촌에서 자랐고, 아버지와의 유대관계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할머니 손에 길러지거나, 장애인 부모 아래서 자라났다.
 생계를 책임지는 할머니들이 일하러 나간 사이에 이들은 혼자서 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지냈지만 중학생,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이미 할머니의 통제를 벗어났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생활습관 마저 몸에 배지 않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해 PC방을 전전하거나, 자신들만의 아지트인 동굴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지내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주목받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살던 아이들에게 아무도 희망을 주지 못했다.
 학교와 이웃, 지역사회가 이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3년 전부터 송지면 송정리에 지역아동센터가 생기면서 이 아이들을 보살펴 왔지만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 아이들이 다니고 있던 학교 관계자들은 허탈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 아이들은 가출은 자주 했지만 말수가 적고, 이중적인 성격이 크게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1 주일 전 그들은 가출을 해 읍내 PC방을 전전하다가 그들의 아지트인 동굴로 숨어들어 그곳에서 서울로 가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이들의 잦은 가출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신호였지만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우리는  어른들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농촌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더불어 다가올 미래를 걱정케 하고 있다.
 농촌에는 급격히 해체된 가정과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으며, 이들이 3~4년 안에 모두 학교로 진입한다.
 이들 중 어른들의 방치로 인해 학습과 생활능력이 낮아 학교에 부적응하는 아이들이 양산될 수 있다. 더 많은 충격과 후회를 막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해남사회가 함께 키우는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관련기사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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