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키워 수확 앞둔 복숭아인데...


무너진 하우스 무너진 농심 - 계곡면 방춘리 김창호씨가 폭설로 무너져 내린 시설복숭아하우스 1400평을 복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말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7일 오후 온 들판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계곡면 방춘리에서 김씨의 하우스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눈의 무게를 못이긴 쇠 파이프들의 바닥까지 주저앉은 흉물스런 모양이 쉽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김창호씨는 폭설로 무너져 내린 1400평의 복숭아 하우스를 앞에 두고 억장이 무너져 내려 말을 잇지 못한 채 ‘이제 돈이 되나’ 했던 기대를 찬바람에 삭이고 있었다. 
  1800평 중 1400평이 무너져 내린 하우스가 5∼6년 키워온 복숭아나무를 짓눌러 가지를 부러뜨리고 뿌리가 뽑혔지만 눈을 치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겨우 낫으로 비닐을 찢어 녹은 물이 빠지도록 하는 게 전부다. 김씨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할 뿐이다.
  5년 전에 오이에서 시설 복숭아로 품목을 전환한 김씨는 올해 수확을 시작해 내년 봄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번 폭설이 5년 동안 키워온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오는 20일부터 가온을 시작해 내년 5월에 수확을 목표로 했는데 아무리 빨리 시설을 복구한다고 해도 내년 출하는 틀려버린 셈이다.
  조생종이지만 당도가 높아 가락동과 목포하나로마트에서 좋은 가격을 받아 내년에는 높은 소득을 기대했던 김씨는 “5년 동안 투자만 하다가 이제야 돈을 만지는가 싶더니 폭설로 망쳤다”며 “인력지원이 돼 복구라도 빨리 했으면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가 하우스복구비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은 1㎡ 당 2만8000원, 이중 국비가 25%, 지방비 10%, 융자 55%, 자담 10%로 실제로 지원받는 건 35%뿐이고 65%인 1만8200원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5년 동안 소득이 없이 계속 시설투자를 해온터라 김씨는 뜻하지 않는 재해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현행 농업재해대책법은 이처럼 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의 손실을 충분히 보상해주지 못하고 있다.
  복구지원비 중 해남에 많이 설치된 H-K형 비가림하우스는 1㎡당 9400원, 인삼시설은 해가림시설 1㎡ 당 1900원이며, 농작물 파종비는 시설채소 1ha 당 212만원, 과채류 1ha 당 280만원, 카네이션 1ha당 3293만9000원 등이다.
  복구지원비 중 35%만 지원금이며, 농작물 피해에 대해서는 파종비 이외에는 소득 손실에 대한 지원책이 없기 때문에 재해는 농가에게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김씨의 암담한 현실에서 폭설로 힘없이 무너져버린 농심을 딛고 농가가 재기할 수 있는 재해대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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