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나프베르그란트

◇ 알프스의 만년설이 폭포로 녹아내려 큰 호수를 이루고 계곡사이에 좁은 초지가 어울려 스위스 풍경을 이루고 있다.

 

레기오플러스

 

  스위스는 지역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혁신프로그램인 레기오플러스(Regio Plus) 프로젝트를 지난 97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도시화로 이농현상이 발생하고 농촌지역 개발이 침체돼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농촌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1997년부터 레기오플러스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레기오플러스는 오는 200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전체사업비 중 50%를 정부가 지원한다. 농림정책전문가, 대학교수, 법률가, 마케팅담당자, 투자전문가, 관광사업자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회가 각 지역의 참신한 프로젝트 발굴을 담당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완료 후 국가보조금 없이 자립해야 하며, 지역의 일자리창출 및 지역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고 특성있는 사업발굴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낙농업과 지역특산물, 경관을 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타 지역과 협력 및 역할 분담이 가능한 계획이라야 지원을 받는다.
  레기오플러스 프로그램은 총 99개 프로젝트 중 30개 사업이 완료됐으며 현재 69개 사업은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위스 국토의 80% 가 구조변화를 하고 있으며 농가의 인구가 4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프베르그란트답사연합도 이 사업의 일부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85km 농촌길 경관 풍속 역사 살려

 

◇ 물을 주제로 한 앨트베룸 마을을 소개하고 있는 마이어씨.  한국에 경상도와 전라도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루체른과 베른주가 있다.
  루체른과 베른은 신교와 구교, 목축업과 농업지역으로 나뉘어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50년 전만 해도 이 두 지역은 결혼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니 그 갈등의 골은 말하지 않아도 알만했다.
 그런데 이 두 칸톤(Kanton 스위스 주)의 경계를 따라 그렌쯔파드(glenzpad 경계길) 85km가 관광코스로 공동 개발되면서 두 지역이 화해하는 계기가 됐다.
  10월 17일 월요일 험한 산을 굽이도는 꾸불꾸불한 도로를 따라 나프베르그란트로 향했다. Altbuerom(엘트베룸)이라는 마을의 찻집에서 지난해까지 나프베르그란트답사연합 총수를 지낸 마이어(Herr, Beat Meyer)씨를 만났다. 인심 좋은 시골 할아버지처럼 생긴 마이어씨는 농부가 아니라 건축가였다. 
 ◇ 답사코스의 출발지 세인트우반의 18세기 바로크양식의 교회. 이 사업을 제안한 사람도 슈달터라는 지리학자인데 스위스연방정부가 레기오플러스사업을 집행하기 위해 광범위한 인력풀을 만들어 활용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나프(Napt)는 총 85km에 이르는 오솔길의 중앙 지점에 위치한 지역의 명칭으로 이 지역의 이름을 따서 루체른과 배른주의 경계에 위치한 산지를 나프베르그란트(나프산지)라고 명명했다.
  마이어씨는 “이 계획은 오랜 갈등을 겪어 온 루체른과 베른의 화합을 이끌었고, 지역의 문화와 자연 역사를 정리, 보존해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 백 년 동안 사람과 동물들의 이동통로로 사용되던 오솔길을 그대로 보수해 답사코스를 만들었는데 관광객들이 이 코스에 들어서면 평지와 3000m 차이가 나는 산지, 개울, 습지, 빙하기 흔적, 오솔길, 성당, 호수 등에서 문화 역사 경관과 마을풍속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업에 소요된 금액은 5억원. 이 중 연방정부와 베른·루체른주 보조금이 2억원, 나머지는 조합과 보험회사, 대형마트, 개인투자, 후원금으로 채워졌다. 특히 5프랑짜리 초콜릿 동전을 판매해 주민들의 후원을 이끌어 냈다.
 지역발전이 곧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임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성원들이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마이어씨는 설명했다. 
  오솔길은 그대로 활용하고 토목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실습을 나섰고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노력 때문에 시설비 투자는 줄었고 예산의 대부분은 발굴조사, 홍보책자, 안내판 등을 만드는데 쓰였다.
  지난 98년 완성된 이 답사코스를 관리하는 주체는 게마인더(Gemeinde 마을)이고 답사연합 아래 5개 작전부서는 그대로 운영돼 산지개발, 관광객유치, 연구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회의수당만 받는 자원봉사자들이며 운영비는 그랜쯔파드에 관심이 있는 주민,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운영자 등 이 사업으로 이익을 얻은 이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해결하고 있다.
  이 길은 입장료는 없으며 각 지점에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을 뿐 안내해 주는 이가 없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안내책자를 구입해 그랜쯔파드를 여행한다.  
  나프베르그란트답사연합은 다른 두 지역 간의 화합의 장을 만들었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 보존해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주었으며 이로인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지역혁신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지역개발의 주체가 지역민이며 그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도 지역민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개발형태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 경관을 잘 보존해 그 지역만의 강력한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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