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러스터 연수단이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의 지역개발지구 ERVET(에르버트)를 방문해 개발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의 지역혁신 사례 배우자

국가균형발전위 3기 국제연수

 

유럽의 지역혁신 사례를 통해 한국은 무엇을 배워야하나

  지역혁신을 통해 지방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견륭)가 주관한 제3기 국제연수가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실시됐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산업공단본부와 지역 혁신클러스터 관계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산업기획단, 지역혁신리더 등 25명이 참가한 클러스터팀 연수단(단장 산업단지공단 상무이사 윤정규)은 10일 동안 이탈리아와 스위스, 독일 등을 방문했다. 본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연수에 참가했다.

 

클러스터 원조 이탈리아

  현대 산업 클러스터의 발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제3산업지구인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의 지역혁신기구인 에르버트(ERVET)의 구조와 역할을 알아보고, 대표적인 지역인 카르피의 섬유정보센터와 사수올로의 타일산업생산자협회를 방문해 클러스터 현황을 살펴보았다.

◇ 국가균형위에서 주관한 제3기 국제연수팀.〈스위스 융프라우〉

문화관광 대국 스위스

  스위스에서는 건물 하나로 도시의 이미지를 바꿔 세계적인 명소가 된 루체른의 문화컨벤션센터 및 세계적인 휴양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루체른시의 자연과 전통을 주제로 한 관광전략을 확인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신활력사업과 비슷한 스위스의 레기오-플러스(Regio Plus) 계획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농촌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나프베르그란트 답사연합을 방문했다. 
  맥가이버 칼로 세계를 재패한 슈비츠주의 빅토리아녹스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성장해 온 현장을 목격했다.

 

진화하는 클러스터 독일

  칼 벤츠, 바이바크, 보쉬, 포르쉐 등이 자동차 산업을 일으킨 자동차의 도시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지역혁신의 성공모델로 손꼽히는 곳이다. 독일전체의 기계공업 매출액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은 기업과 대학의 연계, 주정부의 기술이전정책의 꽃인 슈타인바이스재단의 역할과 기업과 대학, 주정부의 역할을 살펴보고 자동차를 비롯해 건강과 대체에너지, 산업기계, 건강, 정보통신 클러스터로 발전하는 양상을 확인했다.


 

유럽클러스터 장인정신입각 자연발생

관이 주도하는 한국형 지역개발 전문성,네트워크가 관건

 

 장인정신에 입각해 기술이 집적돼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유럽의 클러스터와 해남에 건설하려는 기업도시와 한국형 클러스터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수 백 년에 걸쳐 지방자치와 장인정신이 만들어 낸 유럽의 산업클러스터와 짧은 기간 동안 압축성장을 한 한국의 지역혁신은 상황이 다른 만큼 해결방법도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해남 기업도시의 경우를 보면 우선 싼 값에 땅을 구입해 기반시설을 하고 분양수익을 노리는 기업과 기업이 책임지고 일정기간 동안 이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지자체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해남에 만들어질 관광레저기업도시 역시 관광레저라는 기업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기보다 기업들이 개발이익에만 관심이 커 기업도시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같은 현상은 해남의 열악한 입지조건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민간, 즉 주도하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간의 상호 전문성과 신뢰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기업과는 달리 한 가지 산업이 발달하면서 연관산업이 집적되고 인구가 모여 대학이 생기고 기술이 집적돼 다른 산업으로 진화 발전하면서 도시의 규모를 키워가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일정부분 관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한국에 맞는 기업도시와 지역혁신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클러스터 원조 이탈리아 에밀리야-로마냐 지역은 장인적인 생산방식과 소기업의 집적을 통해 최근 20년간 급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섬유산업의 중심지인 모데나시의 카르피는 인구 6만명의 소도시로 2000개의 기업에 1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10명 이하의 영세규모 업체가 9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가내수공업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니트웨어가 주 종목인 이곳은 영세한 소기업들이 수대에 걸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차별성과 효율적인 분업체계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가우디와 구찌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 소기업들은 업체당 290개의 디자인을 개발할 정도로 차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타일 생산지인 사수올로 역시 기술혁신을 통해 기계산업이 집적되고 농기계산업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인 의료산업클러스터인 튀틀링겐은 발달된 철강산업을 바탕으로 150년 전부터 의료기기를 만들었으며 직원이 3∼5명인 회사가 220개, 10∼20명인 회사가 50여개, 1000∼5000여명인 회사가 3개뿐으로 차별적인 기술력에 근거한 가내수공업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2만2000여 가지의 의료기기를 생산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곳 역시 100년 전부터 소규모 회사들이 결성한 메디친그룹(Medicon-group)과 중기업들이 만든 마틴그룹(Martin-Group) 등이 지금껏 판매를 대행해 주고 있어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없이 자생적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같은 기업들(수공업협회)과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BBT(직업교육기관)을 만들어 회사위탁교육, 신규교육, 실업자교육, 산업체위탁교육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회사에 맞춤형인력을 제공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스위스의 시계산업 역시 기후와 지형적인 조건에 의해 수대에 걸쳐 발달한 형태이며 가문의 명예를 걸고 만들기 때문에 누구 집안의 어떤 물건 하면 서로가 인정해 주는 회사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 있다.
  지역혁신의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산·학·관이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밴츠와 포르세, 보쉬 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을 중심으로 연관산업들이 발달했으며 지금은 정보통신, 대체에너지, 건강 등의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슈튜트가르트대학 등 9개의 종합대학과 25개의 기술대학, 막스플랑크연구회 산하 130여개의 연구소가 있다. 종합대학은 기초연구를 수행하며 기술대학은 응용기술 중심의 기술개발로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그 분야의 학생들이 취업하는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주정부가 설립해 기술이전 분야는 민영화된 슈타인바이스재단은 464개의 기술이전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들에게 기술과 시장에 대한 자문, 정보제공, 교육훈련, 연구개발프로젝트 실행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지방대학이 기업의 애로점을 해결하고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산학관의 관계가 형성되면서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스위스의 슈비츠의 맥가이버칼 생산지 빅토리아녹스는 지역의 관광업자와 관계자들로 구성된 발전기구인 스위스나이프밸리의 운영금의 50%를 지원해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었다. 
  산업개발연구원 홍진기박사는 “자연발생적이고 기업이 주도하는 유럽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지만 유럽의 사례에 비춰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민관의 파트너쉽, 지방의 취약한 기술혁신능력 향상, 지역 내 네트워크 형성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유럽과는 달리 한국의 개발방식에는 초기에 짧은 기간 동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이 주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행정의 전문성과 정책이 지방의 균형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어느 때 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해남의 기업도시는 단시간 내 성공을 거두기 힘들며 도시의 틀을 만드는데 만도 수 십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인근지역의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기 위해서는 관이 사업시행 초기에 주도할 수밖에 없으며 올바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주변 인프라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해남에 기업도시를 건설할 경우 토지구입비와 분양 등을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기업도시가 반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건교부와 전남도가 큰틀에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제기되고 있다.
  담수호와 간척지, 해안의 특성을 살린 사업기획이 필요하며 기업도시가 기업들의 투기장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광레저를 주로 하는 기업들을 유치해 책임성을 가지고 도시를 만들어가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어서 심도 깊은 검토와 고민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다.  


 

신뢰기반 민.관 파트너쉽이 혁신요인

정부와 민간 지역개발기구 만들어 운영

해남 주력 농업관광 클러스터 고민할 때

 

 기업도시와 농촌경기침체라는 도전에 직면한 해남은 지역혁신을 통한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군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기업도시 형성 후 해남군의 공동화현상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군의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데 있다.
  유럽의 성공한 산업 클러스터들이 지역의 주력산업에서 혁신적인 요소를 발견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세계적인 클러스터로 만들 것을 감안하면 해남의 주력인 농업과 문화관광분야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도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산업클러스터나 관광도시로 발돋움 하는데는 민간과 정부의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쉽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야-로마냐지역은 주정부가 지역개발기구인 ERVET(에르버트)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지방정부가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금융기관, 지역상공회의소, 산업협회 등이 가지고 있다.
  EVERT는 특정산업을 초월해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지역경제발전을 연구하며 지역기업들에게 정보제공 및 기술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ERVET시스템은 하위에 산업별로 Centro Ceramico(타일생산자협회), CITER(섬유정보센터), ASTER(지역기술이전센터) 등이 설립돼 기업에 기술 및 정보을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의 관광도시 루체른 역시 문화컨벤션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공무원 5명을 포함해 12명의 산업별위원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인터내셔날도 이탈리아의 ERVET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개발기구인데 주정부가 50%, 산업기관이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지역개발기구들을 살펴보면 주정부가 이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수평적으로 업무를 분업하는 형태를 볼 수 있다.
  주정부가 일정액을 출현하거나 순수한 민간단체로 구성된 지역발전기구들이 자립하면서 지역산업에 정보와 기술 및 시장상황, 수출전략을 제공하고 새로운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해남의 경우에 비춰보면 지역혁신협의회나, 배추연합사업단, 신활력사업단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난해 추진했던 쌀유통사업단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구들은 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차별화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연구개발비를 주내 총생산에서 약 4% 정도를 지원해 특허 건수가 유럽 전체에서 가장 많다.
  지역내 대학 등 연구기관이 없는 해남군으로서는 인력육성과 인근 대학 및 난지과수시험장과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한 연구개발에 군 예산의 일정액을 확보하고 연구과제가 발생하면 지원하는 정책도 고려해 볼만 하다.
 유럽의 성공한 클러스터 지역의 사례에서 지역개발기구가 큰 몫을 담당하고 있어 전문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민관협치 사업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군이 추진하고 있는 신활력사업 역시 사업단과 군, 사업단과 농협, 생산자, 유통업체간의 긴밀한 네트워킹이 관건인 만큼 이를 조정하는 군과 지역혁신협의회의 역할이 크다 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혁신클러스터 구축에 힘을 쏟으면서 농림부도 농업회생자금 119조원 중 4000여억원을 혁신농업클러스터구축에 지원하고 있어 군내에서 농업과 관광클러스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세분위기 물씬 스위스 루체른

전통.문화.자연경관 보전하는 관광정책 돋보여

 

사진설명

◇ 호수와 어울린 루체른 구시가 전경.

◇ 매주 토요일 반짝 열리는 장풍경.

◇ 호수 옆에 조성된 터널숲 산책로.

◇ 유람선에서 바라본 호수가 호텔.

◇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옆 카페테리아.

 

 12일 이탈리아 볼로냐 공항에 도착한 순간 흐린 가을날이 한국과 너무나 비슷해 낯설지가 않았다.
  같은 반도국가라서 정감이 가는 이탈리아에서 산업클러스터를 찾아 다니느라 로마방문은 꿈도 꾸지 못하고 스위스로 넘어가는 길에 밀라노를 들려 밀라노대성당을 잠깐 본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A1 고속도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롬바르디아의 기름진 평야를 뒤로 하고 북쪽으로 달려 이탈리아 국경에 이르렀다. 분단의 장벽에 익숙한 내게 국경을 통과한다는 것에 잔뜩 긴장했는데 무장한 군인은 고사하고 톨게이트 통과하는 것과 다름없는 간단한 절차가 내 과장된 기대를 허물어 버려 피식 웃음이 나와 버렸다. 우리도 이런 날이 금방 오려나.
  14일 8시30분경 국경을 넘어서자 세계적인 가죽염색 도시 꼬모로 접어들었다. 넓은 평야지대인 이탈리아와는 달리 알프스의 산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구불구불한 고개 길과 긴 터널들이 이어져 있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잇는 생고타르 고개는 교통의 요충지로 나폴레옹이 이곳을 정복하지 못해 이탈리아 진출의 야망이 꺾였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지금은 17km 생고타르 터널로 두 나라가 연결되고 있으며 소통이 원활해 16분만에 통과했다. 이 터널은 유럽에서 가장 긴 터널로 알려져 있다. 터널을 지나면서 해발 3000m가 넘는 아이거 산의 암벽을 뚫어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터널을 만든 스위스의 정밀한 기술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중세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위스 최대 관광지인 루체른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도시였다. 인구는 7만명에 불과하지만 여름 성수기 때는 하루에도 10만명이 찾을 정도로 관광객이 붐비는 국제 관광 휴양도시다.
  스위스 연방이 탄생한 발상지로 알려진 이곳은 중앙역을 지나 다리를 건너자 중세의 건물과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시내 HD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15일 본격적으로 루체른 탐방에 나섰다.
  대문호 괴테가 잠시 머물다 간 것을 기념해 그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스위스하우스를 방문했는데 루체른은 유럽의 왕족이 귀족들, 문필가나 작곡가 등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지역임을 내세워 루체른은 지역의 역사성과 자연을 보존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스위스하우스를 지나 5분 정도 가면 빈사의 사자상이 있다. 루체른을 상징하는 사자가 창에 찔린 채 스위스방패를 감싸고 포효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가난했던 시절 팔려간 800명의 용병들이 프랑스혁명 당시 전원 전사한 것을 기리며 옛날을 잊지 않기 위해 빙하공원 옆 바위에 조각해 둬 보는 이로 하여금 애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루체른을 걷다보면 중세와 현대의 절묘한 조화에 감탄을 자아내게 되는데 1333년에 세워져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 카펠교와 34m의 워터타워, 1386년에 건축된 무제크성벽, 가장 오래된 시계탑 찌트타워, 르네상스건축물인 호프교회, 고딕스타일의 프란치스코교회, 바로크 양식의 예수회 교회 등 중세 성벽과 건물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피카소의 작품이 전시된 피카소박물관, 교통박물관 등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잘 보존된 역사와 전통과 문화와 더불어 피어발트슈테터 호수는 알프스의 비탈진 산과 초지들과 어울려 아름답다. 루체른은 이 호수 주변으로 왕복 1시간 거리의 나무터널을 조성해 두었는데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번쯤 이 산책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곤 한다. 
  루체른은 이 호수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1회씩 호수바닥을 준설하고 경관을 고려해 대부분 호수가에 위치한 호텔과 음식점 등에 대해 완벽한 하수처리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피어발트슈테터 호수를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면 호수 주변 곳곳에 위치한 호텔과 휴양시설, 알프스의 아름다운 전경들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마치 물위에 떠있는 듯한 루체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루체른은 이 호수의 남동쪽에서 활동했던 스위스 건국 아버지 윌리엄 텔이라는 역사인물을 테마로 한 관광정책을 펴고 있었다.
  카펠교를 찾았던 토요일 다리근처에서 장이 열렸다. 약 2시간이면 끝나지만 인근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야채와 과일, 꽃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스위스는 자국 농민들이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수 백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역사와 문화, 전통인물,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잘 보존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루체른에서 관광대국을 지향하는 스위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세계적 명소 루체른 컨벤션센터, 내부는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다.

'문화컨벤션센터' 건물하나로 세계명소가 되다

 

  루체른의 또 다른 명소는 문화컨벤션센터다. 피어발트슈테터 호수가에 자리잡은 이 센터는 1600억원이 투입된 대형 문화프로젝트로 루체른을 세계최고의 문화도시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비숍씨는 “세계의 모든 음악가들이 이곳에서 연주하기를 바라고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그 음악을 감상하기를 원하는 것이 루체른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진정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잘 지은 건물 하나가 도시를 바꾸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여를 한 것이다.
  루체른시는 1994년 이 컨벤션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8000만 스위스프랑을 지원하겠다며 주민투표를 실시, 결정된 후 1995년에 공사가 시작돼 1998년에 완공됐다. 총 2억500만(한화 약1600억원) 스위스 프랑이 투자됐는데 시가 부담한 금액을 제외하고 상인들과 기업 등의 후원금으로 충당됐다.
  이 컨벤션센터는 12명의 산업별 위원회가 조직돼 운영되며 그중 시청 공무원 5명이 포함됐다. 전체 운영비 중 시가 지원하는 것은 45% 정도, 한화로 약 30억원인데 문화산업에 이 정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이 컨벤션센터는 콘서트홀과 이벤트홀, 컨벤션센터, 박물관, 레스토랑으로 구성됐다. 이 건물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인 장 누벨이 지었고, 음향은 미국의 러셀존슨이 담당했으며,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도 건축에 참가했다. 콘서트홀 내부는 벽면의 모양이 5가지로 형태를 달리하고 벽면이 병풍처럼 움직이도록 설계돼 천상의 음향효과를 낼 수 있어 클래식, 재즈, 팝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며 국제적인 음악의 전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외부와의 벽면은 루체른의 호수와 알프스의 전경이 사철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만들었으며 이 유리벽을 포스트카드가 명명하고 이 건물을 만드는데 기부한 이들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건물 내부로 호수의 물을 끌어들여 자연친화적인 콘서트홀은 호수에 떠있는 배 모양이다.
  특히 평면형태의 넓은 지붕에서 연결된 30m의 대형 차양은 건축의 묘미를 더해주며 관심을 끌고 있다. 8∼9월에 국제음악제가 열리는 이 콘서트홀은 주민들의 삶의 질과도 대단히 밀접한데 동네 유치원 발표회도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 콘서트홀은 국제적인 음악행사뿐만 아니라 루체른과 스위스 전역의 문화적인 만족을 주며 자긍심을 높여주는 건물로 평가되고 있어 문화산업이 경쟁력이 없다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