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서원마을 하천 정비사업 '뒤숭숭'

고향에서 눈 감으면 소원이 없을텐데

 

  “40여년을 여기서 살았는데, 이제 70먹은 노인네가 어디로 가겠어”
 계곡면 서원리 강윤식(75) 할아버지는 월평천을 한없이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강윤식 할아버지는 여기서 애들 다 낳고 결혼시키고 이제 70을 훌쩍 넘긴 부부만 남아 약간의 논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지난해 수해로 아랫마을이 물에 잠기고 난리가 나 월평천을 다시 만든다며 이 평화롭고 조그만 마을에 공무원들과 건설회사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할아버지의 걱정은 시작됐다.
 강씨 할아버지는 “좋게 고친다고 해서 좋은 줄만 알았지, 그런데 꼼꼼이 살펴보니 우리한텐 좋은 것이 아니더라고. 둑이 집앞을 다 가리고 길도 없앤다고 해. 그러면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겠어”라며 한숨을 내쉰다. 
  강씨 할아버지를 포함해 서원리 사람들의 공통된 걱정거리가 된 이 문제로 서원리 3가구, 7명의 마을주민들은 요즈음 마음이 편하지 않다.
  30호에 이르던 마을이 새마을사업으로 지붕개량 한다고 극성을 부리자 아예 이사를 가버렸고 그나마 있던 사람들도 10년 전부터 갖가지 사연을 안고 떠나버려 이제 3가구 7명만이 마을을 지켜가고 있다.
  그런데 월평천 하천 정비사업으로 인해 이들이 지켜온 고향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돼 조상님과 향우들 얼굴을 볼 면목이 없게 된 것이다. 아니 당장 사는 일을 걱정하게 돼 버렸다. 
  “다 늙은 노인들이 이제 가면 어디로 가겠어. 여기서 여생을 살아가야지. 하천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살게 해줘야 하지 않겠어” 이게 마을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강씨 할아버지 옆집에 살고 있는 박장선(66)씨도 40년 넘게 이 마을에서 살았는데 다른 데로 이사 갈 수 없다며 그저 고향에서 계속해서 살 수 만 있으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요즘 마을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하천정비 사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사는 어떻게 하는지, 이주는 해야 하는지.
 박씨 할아버지는 “내가 여기서 40년을 살았어도 아직까지 집에 한번밖에 물이 안 넘쳤어. 공사를 굳이 해야 한다면 이주하지 않고 집도 많이 헐리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 1월부터 총사업비 319억 8500만원을 투입해 오는 2010년까지 월평천수해 상습지구 개선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월평천과 옥천천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에 위치해 있는 서원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전남도는 사업시행과정에서 서원리 구간의 하폭을 60m로 넓히고 지금 제방보다 2m40정도 높여 5m 제방을 쌓고 서원리에서 이일시에 이르는 도로를 없앤다는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두 할아버지 집은 부분적으로 철거되고 집이 제방보다 낮아져 조망권이 아예 없어져 버리게 된다.
  또한 2∼3분이면 이일시로 갈 수 있는데 도로가 없어져 2km를 돌아가야 하고 400여년을 지켜온 팽나무 두 그루도 잘려 나가게 되는 비극을 겪게 된다. 전남도는 이 마을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제 3가구 7명만 남은 초미니 마을 서원리가 월평천 개보수 공사에 밀려 사라질 지경이어서 마을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힘겨운 노력도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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