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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한국서 독보적 존재
2008년 01월 18일 (금) 15:38:04 박영자 기자 hpakhan@hnews.co.kr

   
 
하얀 한복을 입은 단아한 모습의 여인이 사뿐히 걸어온다. 머릿결 한 가닥 흐트러짐 없고 옷매무새 또한 단정하기 그지없는 여인의 모습은 숙당이 추구한 한국 여인상일 것이다.

수줍어하는 모습은 결코 아니지만 여인은 정면을 응시하지 않는다. 정면을 응시하지 않음으로서 숙당의 미인도는 조선 여인의 정숙함을 더욱 살려낸다.

   
 
  숙당 배정례(1916~2006)  
 
하얀 백지 위에 깔끔한 선으로만 처리된 숙당의 미인도, 숙당은 자신이 추구했던 한국의 여인상을 표현하기 위해 여인에게 하얀 한복을 입히고 여인의 주변은 풍부한 여백으로 처리했다.

또한 명암이 전혀 없는 가는 선으로 여인의 형태를 묘사했다. 그 결과 그림에 나타난 여인의 모습은 그지없이 정숙하고 단아하다.      

숙당의 미인도는 신윤복의 미인도와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 전시된 미인도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신윤복과 녹우당에 전시된 미인도는 요염하고 해학적이지만 숙당의 미인도는 양반댁 규수처럼 단아하다.

물론 숙당의 미인도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시골의 아낙들이 많지만 그러나 풍기는 이미지와 자태는 예사 여인이 아니다.

숙당의 미인도는 당시 우리사회가 동경했던 여인상이자 숙당이 추구했던 여인상이었을 것이다. 숙당은 이당으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완고한 성격의 이당은 숙당 외에 여제자를 두지 않았고 여자의 웃음에는 소리가 묻어나서는 안 된다는 등 숙당에게 예의를 중요하게 가르쳤다.

집안의 가풍과 스승의 영향으로 숙당도 예의를 중요시 했고 동양화는 '인 의 예 지'라는 동양사상이 몸에 배야 좋은 그림으로 탄생한다는 지론을 품고 있는 화가였다.

이러한 숙당의 철학이 변함없는 그녀만의 미인도, 정숙하고 단아한 조선의 미인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인물화의 대가인 이당 김은호 화백의 유일한 여 제자였던 숙당 배정례, 이당으로부터 미인도만큼은 네가 수제자라는 말을 들었던 그녀는 붓을 들 힘이 없을 때까지 미인도만을 고집했다.

숙당의 미인도 모델은 그녀의 딸인 박선영씨였다. 거의 광적이다시피 미인도만을 고집했던 숙당은 자신이 완성한 미인도를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미인도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이다.

숙당은 구한말 삼재(三才) 중 한 사람으로 꼽혔던 진제 배석린 화백의 딸이다. 남화로 유명했던 아버지로부터 그림을 배운 숙당은 일본 동경미술대학을 마친 후 아버지와 절친했던 이당의 제자로 입문한다.

이때 이당으로부터 함께 그림을 배운이가 김기창씨와 장우성 화백이다. 미인도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였던 숙당은 작품 '생태'를 그려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천경자와 박래향, 이현옥 화가와 함께 한국 4대 여류화가로 꼽히는 화단의 원로이기도 했다.     

숙당은 1916년 충북 영동에서 출생했다. 그리고 19세 되던 해 해남출신이자 2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기배씨를 만나 해남과 인연을 맺는다. 

해남에서 많은 작품 활동을 전개했던 그녀는 1983년 남편을 여의자 아예 해남으로 낙향한다.
10여년 동안 삼산면 신리에서 창작활동을 했던 숙당은 이곳에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한다.

숙당은 그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가없이 이웃들에게 작품 주기를 좋아해 해남의 웬만한 기관과 집안에는 숙당의 그림이 걸려있다.  

말년에 딸 선영씨가 살고 있는 의정부로 옮겨 작품 활동을 지속했던 숙당은 85세 되던 2001년도에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가족 전시회를 연다. 많은 애호가들이 중앙에서 전시회를 열자고 요청해 왔지만 숙당은 제2의 고향이 된 의정부에서의 무료 전시회를 고집했다. 

숙당이 평소 주장했던 모든 예술은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예술 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숙당의 집안은 미술계 집안으로 꼽힌다. 아버지 진제 배석린은 구한말 시서화의 대가로 이당과 교분을 쌓은 인물이고 숙당의 동생인 륭씨는 판화 부분에서 인정을 받았다.

서양화가로 활동 중인 아들 박진모씨와 동양화가인 딸 선영씨, 조카인 배형식씨는 조각가로 활동 중이다. 이들의 작품이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함께 전시된 것이다.   

숙당이 말년을 보냈던 경기도 의정부에는 숙당의 기념관이 세워져 그녀가 남긴 미인도 등 많은 작품이 전시돼 있다. 

단아하고 정숙한 한국 여인상을 추구했던 숙당은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미인도를 우리에게 남긴 채 2006년에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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