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된장 만들며 공동체 활성화, 해남읍 ‘온인마을’

부녀회에서 30여 년 이상 메주사업 마을에 천석꾼 살아 부촌으로 불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샘 유명

2025-11-24     변호인 기자
▲온인마을 표지석과 항아리로 만든 메주·된장·간장 조형물.

마을에서 직접 농사지은 콩과 맑고 깨끗한 지하수,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 등을 활용해 메주와 된장을 만들고 여기서 얻은 수익금으로 마을이 하나되고 공동체가 활성화된 곳이 있다. 해남읍 중심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10여 분을 차로 이동하면 도착하는 해남읍 온인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마을 뒤에는 부경산이 자리잡고 있고 앞으로는 하천이 흘러 배산임수의 터라 했고 과거에 해남에서 큰 부자였던 천석꾼이 살아 부촌으로 유명했다. 옆마을인 남천리에 속해 있다가 분리돼 온인(蘊仁)마을이 됐고 온인이라는 이름보다 ‘빗갱’으로 더 많이 불렸다. 

현재는 35세대 60여 명이 거주 중으로 주로 벼 농사와 배추, 고구마, 콩 등을 재배하고 있다. 

▲드론으로 바라본 해남읍 온인마을 전경.

마을주민 천순표(72) 씨는 “마을 뒷산인 부경산의 부경을 편하게 발음하다가 빗갱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부경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모든 전답이 당시 천석꾼 집안의 것일 정도로 큰 부자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옛 집터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온인마을 앞 한켠에는 미륵할아버지 혹은 총각바위라 불리는 입석이 1기 있는데 인근 남천마을에 미륵할머니라 불리는 돌이 있어 이와 한 쌍을 이뤘다고 한다. 

▲마을 쉼터에 세워져 있는 미륵할아버지 바위.

구전에 따르면 총각바위가 세워져 있으면 남천마을 여인들이 바람이 난다고 해 누군가 쓰러뜨렸었다고 전해진다. 도로 공사 등으로 땅에 묻혀 있혀 있던 돌을 한 마을 주민이 학동으로 가져갔다가 주민들이 다시 찾아왔고 현재는 마을 앞 쉼터에 세워져 있다.

온인마을은 예부터 큰샘과 참샘, 오리샘 등에서 지하수가 풍부하게 나와 물에 대한 자부심이 큰 마을이다. 저수지가 없음에도 지하수만을 가지고 농사를 지었으며 지난 1967년 대가뭄이 왔을 때도 샘이 마르지 않은 일은 마을의 자랑거리다.

▲천은식 이장이 마을의 자랑거리였던 큰샘 터를 가리키고 있다.

김순자(86) 씨는 “가뭄이 들면 다른 마을에서 물이 부족해 우리 마을까지 멀리서 물을 뜨러 오기도 했는데 물이 마르지 않는 우리 샘을 많이 부러워했다”며 “물이 넘쳐흘러 돌로 샘을 눌러야 할 정도였고 가뭄 때 샘물을 길러다 밭과 논에 뿌렸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김진철(65) 씨도 “큰샘은 어릴 적엔 놀이터였고 여름철 잠을 못 이룰 땐 샘에서 목욕을 하고 자기도 했다”며 “특히 마을 청년들이 1년에 수차례 샘에 물을 비우고 청소를 했는데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와 물을 비우는데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에 결성된 온인마을 부녀회도 마을의 자랑거리로 음식 솜씨가 뛰어나고 단합이 잘돼 해남읍민의 날 행사에서 1500명 이상의 노인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10여 년 넘게 해오기도 했다. 대형 무쇠솥 8개가 있어 돼지고기를 이곳에서 직접 삶는 등 음식 준비도 수월했다. 

특히 부녀회에서 30여 년 이상 이어오고 있는 메주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여기서 나온 일부 자본금으로 마을 잔치와 효도관광, 외식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온인마을 된장은 서울 목동 아파트와 소비자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그 품질을 인정받아 입소문만으로 모든 물량이 생산과 동시에 매진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지난 2008년 참 살기 좋은 마을로 선정돼 3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고 메주 숙성실과 발효실, 건조장 등을 갖춘 작업장을 만들었다. 

▲메주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박선연(좌측) 현 부녀회장과 정금례 전 부녀회장.

정금례(75) 전 부녀회장은 “농협에서 사업 제의를 해서 인근 마을과 함께 메주를 쑤기 시작했는데 다른 마을은 포기하고 그만뒀지만 우리 마을은 더 의기투합해서 된장을 만들었다”며 “초기엔 판로가 없어 서울에 일주일 이상 머무르며 직판행사를 다녔고 2006년에 서울 목동 아파트와 자매결연을 맺으며 직거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선연(63) 현 부녀회장은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온인마을에 내려온 후 메주와 된장 제조법을 배워 만들었는데 어느덧 30년이 넘었다”며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전통 방식으로 만드니 맛도 좋고 이를 알아주니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들이 나이도 들고 몸이 성치 않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역 특색을 살린 기능성 된장을 개발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보전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고 덧붙였다.

천은식(67) 이장은 “부녀회 메주사업이 구심점이 돼 주민들이 더 돈독해지고 공동체가 활성화 된 것 같다”며 “내년으로 서울 목동 아파트와 자매결연을 맺은지 20주년이 되는데 감사의 의미로 교류 행사를 크게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지하수도 언제 떨어질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라 고천암에서 물을 끌어 올 수 있게 해달라고 군에 요청했다”며 “현재 마을에서 군의 2026년도 마을만들기 사업에 도전 중인데 여기에 선정돼 전통체험 및 교육 홍보관을 조성하고 마을을 계속 발전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온인마을 주민들이 메주가 그려진 벽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