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오염’ 시키는 비공표 여론조사
최근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남군수 선거 출마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비공표 여론조사가 실시된 후 확인되지 않는 결과가 소문으로 나돌며 여론조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남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인 2명이 각각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4~7일, 17~19일 군수 적합도를 묻는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다며 여론조사를 했지만 ‘한 후보가 과반수를 얻고 나머지 후보는 한 자리수에 그쳤다’거나 ‘세 후보가 박빙이다’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는 것이다. 비공표다보니 실제 조사 결과가 그런건지, 특정 후보가 악용해 여론을 조작하려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현재 공표 목적의 여론조사만 신고·등록의 의무가 있다.
여론조사는 조사 시점에서의 민심을 읽는 유효한 지표다. 누가 강세인지 등 선거 판세를 정형화된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곳곳에서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결과가 발표된다. 정당들도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해 후보를 선출한다.
하지만 악용될 경우 여론을 오염, 왜곡시킬 수 있다. 특히 비공표 여론조사가 그렇다. 비공표 여론조사는 참고용으로 활용되며 선관위에 결과를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워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선거운동용으로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이름을 알리는데 이용하기도 하지만 의도된 질문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기도 한다. 비공표 여론조사의 폐해는 명태균 씨 사건에도 확연히 드러났다.
여론조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수많은 유권자의 의견을 샘플링 된 일부의 응답자가 대변할 수 있냐는 것이다. 60대가 30대로 속여 응답하거나 한 사람이 2번 이상 참여하는 등 시스템적 한계도 분명하다. 이기는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밴드왜건(Bandwagon), 쏠림현상을 불러오기도 한다.
여론조사는 선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비공표 여론조사도 신고를 의무화해 법적 테두리 안으로 데려와야 한다. 결과는 공표하지 않더라도 위법 여부는 철저히 따지고 유언비어가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6·3 지방선거가 7개월도 남지 않았다. 갈수록 여론조사 횟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공표 여론조사에 대한 관리 강화를 통해 여론의 오염을 막아야만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