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 우려 높은 비공표 ‘여론조사’
비공표로 무성한 소문만 잇따라 악용 우려에 선거법 개정 필요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공표나 사전신고 없는 여론조사가 잇따르며 오히려 여론을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사례로 번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해남에서는 지난 4~7일과 17~19일 군수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여론조사는 개인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비공표를 하겠다며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진행됐다. 선관위는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신고한 개인이 누구인지는 물론 표본 수, 방식, 설문내용 등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사전신고 예외 대상도 논란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여론조사 개시일 전 2일까지 관할 선관위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당, 방송사, 신문사, 뉴스통신사, 하루 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언론사는 예외적으로 신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최근 민주당 중앙당이나 도당 차원에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론조사가 실시됐지만 결과가 공표되지 않다 보니 확인되지 않는 수치가 지역에 떠도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는 ‘한 후보가 과반수 지지율이 나왔고 나머지 후보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와 정반대로 ‘세 후보가 박빙으로 나왔다’ 등 확인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소문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또 일부는 ‘특정 후보를 빼고 여론조사가 진행됐다’거나 ‘특정인을 1번으로 계속 돌렸다’, ‘일반전화(집전화)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돼 어르신들 위주로 이뤄졌다’ 등의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일부 입후보 예정자는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유권자들에게 조사 일정을 문자로 보내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비공표 여론조사는 결과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위법인데 일각에서는 이를 악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방식을 설계하거나 결과를 왜곡해 소문으로 흘리면서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불러오고 있다. 또 비공표여서 실제 신고한 내용대로 진행이 됐는지 사후확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남녀별, 연령별, 지역별 배분도 지키지 않은 채 여론조작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비공표 방식의 경우 조사가 일방적이거나 편파적으로 진행된 경우나 비공표를 어긴 사례에 대해 감시와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사전신고 예외 대상도 없애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보다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여론조사 기간을 미리 알리거나 대대적으로 홍보해 조직을 동원하는 사례가 없도록 이에 대한 제재 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