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힘들지만 사명이자 보람”

■ 농업인의 날(11월 11일) 기획 평생 농부로 산 82세 박광철 씨 10살부터 70년간 임대농 생활 자식 농사 대박, 내년에 은퇴 

2025-11-17     이창섭 기자
▲양파밭을 둘러보고 있는 박광철·백검례 씨 부부.

지난달 1000여 평에 양파 모종을 심은 황산면 우항리의 박광철(82)·백검례(74) 씨 부부. 기후변화가 심하고 날씨도 추워지다 보니 이틀에 한 번씩 아침 전 밭에 나와 물도 주고 잡초도 뽑으면서 그야말로 애지중지 키우는 자식마냥 이리 살피고 또 살핀다. 

박광철 씨에게 농사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함께해 온 인생 그 자체이다. 

박 씨는 “내가 6남매 중 셋째인데 집이 하도 가난해서 학교도 가지 못하고 10살 때부터 남의 논과 밭에서 농사일을 했어. 그렇게 시작한 농사가 70년이 넘었네”라고 말했다.

군대를 갔다 와서 지금의 아내와 30살에 결혼한 후 장사도 하며 돈을 모았는데 자녀를 위해 땅이 아닌 집을 살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임대농이다.

박 씨는 “내 땅이 없으니 임대농 생활만 했는데 깨, 배추, 보리, 고구마, 대파, 양파 등 안 해 본 것이 없지. 돈을 조금 모았을 때 집을 샀는데 지금도 내 땅이 없어. 그때 집 대신 땅을 샀어야 했나 하고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하네”라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농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농사는 하늘에서 부여받은 이른바 천직이 됐다. 비와 태풍에 농작물이 날아가고 임대농의 서러움도 이겨내야 했으며 힘들게 일해도 손에 쥐는 것은 아주 적었지만 그마저도 그에게는 행복이었다. 

박 씨는 “지금은 기계화가 많이 됐고 약도 드론으로 뿌리는 시대지만 우리같이 소규모 임대농은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직접 손으로 다하다 보니 특히 땡볕에 약통 짊어지고 약을 뿌릴 때 무거움과 냄새 때문에 거의 쓰러질 직전까지 가지. 그래도 농사가 내 일이니 해야만 하는 거고”라고 말했다.

박 씨는 힘든 농사지만 자식 농사는 대박이라고 자랑한다. 남매를 두고 있는데 둘 다 결혼해 손주까지 보고 있다. 아들은 직장인이고 딸은 공무원이다. 농사가 있어서, 자신이 농부여서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박 씨는 내년에 농부를 은퇴하려 한다. 나이도 들고 소득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아내와 행복하게 살 생각이다”며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땅 지키고 농사짓는 게 나에게는 사명이요, 기쁨이자 보람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