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기억하다… 판화가 돼 기록과 치유가 되다
시민 판화교실 50여 명 참여 역사 공유 후 판화로 표현해 전시회 개최·내년 달력 제작
해남의 역사가 판화로 재탄생했다.
해남의 역사를 지역 주민과 함께 판화로 제작하는 ‘시민 역사판화교실’이 지난 28~30일 자연드림 1층 카페에서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와 유족, 학생, 군민 등 25개 팀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5·18민중항쟁과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사건, 옥매광산 광부 수몰사건, 일본군 위안부 피해 등과 관련한 사건을 사전에 공유하고 아시아목판화연구소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해남의 역사를 판화로 제작했다.
옥매광산 희생자 추모비가 그대로 판화로 옮겨졌고 1980년 5·18 당시 해남군민광장에서 펼쳐진 버스 시위도 판화로 만들어졌다.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사건은 불타는 마을에 칼빈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의 모습으로 표현됐고, 고 공정엽 할머니와 관련해서는 평화의 소녀상과 그 위를 나는 나비로 상징화됐다. 한 가족은 해남의 아픈 역사를 국화와 비둘기로 표현해 추모와 평화의 의미를 담기도 했다.
특히 관련 사건의 유족들이 직접 판화작업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박철희 옥매광산 유족회장은 “군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추모비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추모비를 직접 판화로 만들어 봤다”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해 해남의 역사를 공유하며 판화를 만드는 모습은 특별한 체험으로 다가왔다.
박은경(45) 씨는 “8살 딸에게 공정엽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알려주고 판화에 나와 딸을 함께 등장시켜 소녀상을 방문해 꽃을 놓아드리는 모습을 담으며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고 말했다.
아시아목판화연구소의 홍성담 작가는 “해남의 역사를 군민이 함께 공유하고 그 시대를 겪은 당사자와 유족이 직접 판화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새로운 증언이자 기록이며 특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전시한다는 차원에서 치유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은 오는 11월 5일부터 12일까지 해남문화예술회관 1층 로비에서 전시된다.
또 홍리김오월평화문화재단과 아시아목판화연구소의 후원을 통해 2026년 달력으로도 제작돼 해남의 역사를 전국에 알리고 공유하는 역할에 나서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해남신문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추진 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