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위해 간척지를 자연으로 되돌려야

역간척을 통한 새로운 농촌 5. 농촌소멸 대안 역간척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2025-10-20     이창섭 기자

1. 지역갈등·실효성 논란에 빠진 간척지의 역습
2. 역간척 성공사례 순천시와 서천군을 찾다
3. 세계적 호수관광지가 되다-일본 비와호 사례
4. 간척지 대신 습지 선물-아자메노세 복원 사례
5. 농촌소멸 대안 역간척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지속 가능 자연 회복 택한 비와호 

▲역간척 이후 생태계가 살아난 비와호 하야사키나이코 내호의 모습.

일본 각지에서 간척지를 생태계로 되돌리는 ‘역간척’과 ‘습지 복원’이 주목받고 있다. 시가현 비와호와 사가현 아자메노세 습지는 단기 수익 사업인 태양광 대신 자연의 회복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환경보전이 아닌 주민참여와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비와호는 일본 최대의 담수호로, 시가현 면적의 6분의1을 차지할 만큼 크다. 오사카와 교토 등 1400만명의 식수를 책임지는 이 호수는 과거 간척으로 인해 내호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수질 악화와 어류 감소, 생태계 파괴가 뒤따랐다. 이에 시가현은 2001년부터 ‘하야사키나이코 재생보전사업’을 통해 역간척을 추진했다. 간척지 89㏊ 중 20㏊에 물을 다시 채웠고 생태계 복원에 130억원을 투자했다. 인공시설을 최소화하고 생물 스스로의 회복력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붕어·송사리 등 3종의 어류만 서식했지만 10년 후에는 24종으로 늘었다. 사라졌던 겐고로부나(일본 고유 어종)의 산란지도 되살아났다. 갈대와 버드나무 등 식생도 자연스럽게 복원됐다. 이 사업은 단발성이 아니었다. 주민들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계획이 세워졌고 ‘재생보전협의회’가 구성돼 생물 관찰회와 체험학습을 운영했다. 주민과 학생이 함께 생태계를 배우며 보전하는 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시가현은 나아가 ‘MLGs(Mother Lake Goals-어머니 호수 목표)’라는 13개 환경보전 목표를 수립해 주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실천하고 있다. 비와호를 단순한 호수가 아닌 ‘어머니 호수’로 인식하며 생태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끝장토론의 결실 아자메노세 습지

▲복원을 통해 자연이 회복된 아자메노세 습지 전경.

사가현 아자메노세 습지 복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지역은 과거 홍수가 잦아 습지가 농지로 전환되며 90% 이상이 사라졌다. 일본 정부와 가라쓰시는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자연재생사업을 추진했다. 무려 125회의 공개 토론회를 거쳐 습지 복원 계획이 마련됐고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약 80억원을 들여 6㏊의 논을 다시 습지로 되살렸다. 땅을 6m 파내고 수로를 마쓰우라강과 연결해 자연 저수지 기능을 갖추도록 했다. 이 복원을 통해 잉어, 붕어, 미꾸라지, 메기 등 다양한 수생 생물이 돌아왔고 습지는 홍수 시 물을 머금었다가 서서히 배출하는 저류지 역할을 하게 됐다. 생태적 회복력과 재해 예방 기능이 동시에 복원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사업이 관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해주세요’가 아닌 ‘합시다’라는 주민들의 태도가 핵심이었다. NPO(비영리법인)가 설립돼 견학회, 체험활동, 교육 등도 운영 중이다. 자연재생사업은 생물만이 아니라 사람도 되살렸다. 아이들이 사라진 지역에 다시 어린이 체험학습이 열리고 수확한 찹쌀은 가라쓰시에 기부돼 복지 사업에도 쓰인다. 생태계 회복이 지역사회 전체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미래 위한 선택이 틀림없는 ‘정의’

일본의 두 복원 사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긴다. 생태계 복원은 단지 환경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법, 교육, 지역경제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과제다. 간척의 미래는 개발이 아니라 회복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태양광 등 단기 수익 사업이 아닌 생태계 복원은 지역경제와 교육 활성화, 공공성과 정의 회복,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으로 연결됐다. 

최근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간척지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은 고령화된 농촌사회에서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농사지을 사람도 없고 농사짓기도 힘든데 한 달에 많게는 수백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달콤함에 너도나도 정당성과 당위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농지가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점은 애써 축소하고 있다. 농지 소유자 상당수가 외지인이어서 임대농들은 생계를 잃고 마을을 떠나게 되는 문제도 외면받고 있다. 수십년간 사용 후 남게 되는 태양광 패널의 처리 문제도 숙제다. 

역간척을 주장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목소리가 땅 주인 중에 누가 팔려고 하겠느냐는 것과 판다고 해도 매입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이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보면 끊임없는 협의와 설득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았고 이를 정부에 요구해 국가사업으로 진행했다. 

비와호 재생보전협의회 쿠라하시 요시히로 회장은 “비와호 내호에 역간척을 할 때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연생태계로 돌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재생보전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고령화 사회에 일본도 지역소멸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곳에 아이들이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법철학적으로 해석한 목소리도 있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의 전재경 박사는 간척과 매립이 본래 공공의 공유수면을 영구적으로 사유화하는 ‘정의롭지 못한 법제였다’고 지적한다.

그는 “간척된 땅이 원래 목적을 잃었을 때는 바다로 되돌리는 것이 정의이며 그 땅을 재생에너지 시설로 전용하는 것 또한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간척을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폄훼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더 가치 있는 또 다른 대안으로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협의하는 공론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간척지 재자연화를 둘러싼 진실
■자연환경국민신탁 전재경 박사 

▲전재경 박사

불교 이전부터 갠지스 강변에서 명상에 젖었던 우파니샤드 철학자들은 자연을 미래세대의 것이라 생각하고 현재세대들이 징검다리로서 잠시 이용하다가 되돌려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룬트란트 전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미래세대의 몫을 남기면서 현재세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지속가능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 연안과 갯벌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지속불가능한 발전이 이어졌다. 일제 강점기(1923년)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임의대로 간척과 매립을 허용하는 법제도가 정착됐다. 이러한 법제는 대한민국에서도 계속됐다. 

최초의 공유수면매립법(1962년)은 매립면허를 받은 사업자에게 간척지·매립지의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부여했다. 그러나 연안과 갯벌 등 바다는 원래 만인의 소유였기 때문에 로마법 이래 공유수면이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1892년 “일리노이 주정부가 철도회사에 강바닥을 팔아넘김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행정청이 공중의 항행권을 침해하는 월권을 범했다”고 판시했다. 우파니샤드 철학자들의 ‘미래세대로부터의 신탁관’이나 미국 판례의 ‘공공신탁법리’에 따른다면 우리 공유수면법이 만인의 소유물인 공유수면을 면허취득자에게 영구적으로 처분권을 넘김은 월권이다. 

부득이하게 공유수면을 간척·매립하여 쓸 일이 있으면 권리자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한편 그 용도가 끝나면 바다로 되돌림이 정의롭다. `토지주들은 대단위 태양광발전단지를 도모한다. 헌법은 사유재산권(제23조)을 존중하지만 공공복리(제37조)가 우선한다. 간척지를 발전단지로 전용함은 원래 용도가 끝났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적정가격으로 간척지를 양도하고 바다로 되돌려(역간척) 원래 권리자인 주민들에게 넘김이 정의롭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