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로 해남 역사 공유의 장 만들 터”

■ 아시아목판화연구소 전정호 소장 판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 공동작업으로 지역 역사 공유

2025-10-20     이창섭 기자
▲전정호(가운데) 소장이 판화교실에서 판화 작업을 지도하고 있다.

해남의 역사를 판화와 달력으로 재탄생하는 사업이 본격화한다. 지역주민이 참여해 이달 28~29일 공동작업을 실시해 해남의 역사를 공유하고 알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본지가 지난 5월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실시 중인 ‘역사를 기억하다_해남45·75·80 프로젝트’ 일환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아시아목판화연구소 전정호 소장을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 아시아목판화연구소란?
“1980년대 가톨릭센타에서 열린 광주시민미술학교를 모태로 하고 있다. 당시 시민미술학교에 참여했던 일반 직장인, 노동자, 농민, 교사 등 많은 시민이 판화 교실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 생활에 이르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판화로 제작했다. 6년 전에는 광주에 판화연구소가 설립됐다. 광주시민미술학교의 정신을 이어서 국가권력의 폭력, 환경, 생명, 평화 등 미술행동의 영역을 넓혀 국내뿐만 아니라 미얀마 민주주의,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등에도 활동하고 있다.” 

- 판화 공동 작업 참여 계기는?
“지난해 생명평화미술행동 작가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됐고 옥매광산의 슬픈 역사를 미술로서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 내자라는 취지로 미술행동을 준비했었는데 아쉽게도 열리지 못했다. 이번에 해남신문과 해남평화나비 이명숙 회장을 통해 해남역사를 주제로 판화교실을 열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와 작가들의 동의하에 참여하게 됐다.”

- 판화가 주는 장점은.
“판화는 시각매체로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판화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고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하는 매체이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첫째, 조각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세밀한 손놀림과 인내심이 요구 되며 이를 통해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둘째, 손으로 직접 새기면서 예상치 못한 질감과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사고가 발달한다. 많은 재료, 비싼 재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어른과 아이 구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 판화 공동 작업은 어떻게 진행?
“그동안 판화교실은 가족 단위로 4인 가족 또는 5인 가족 등이 참여했다. 가족이 하나가 돼 서로 자기 생각도 이야기하고 밑그림을 그려 대안으로 내놓기도 하면서 판화보다 가족의 친밀함이 더욱 아름답게 완성되는 시간이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공동작업은 서로의 생각을 토론하며 주제를 결정하고 맡은 분야를 정해서 제작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공동작업은 주제의 내용과 형식을 풍부하게 만든다. 그것은 여러 사람이 한 조가 돼 서로 토론하고 의논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이다.”

- 완성된 판화는 달력으로 제작? 
“판화의 장점 중에 또 한 가지는 여러 장을 찍을 수 있고 다포(찻잔이나 차관을 덮는 천)나  벽걸이 장식품 등 생활용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제작된 판화는 소중하게 액자에 표구해 전시함으로써 참여자가 나도 작가가 되는 행복한 순간을 갖게 된다. 또 판화를 이용해 달력을 만들어서 집 거실에 걸어놓으면 볼 때마다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 이번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만큼 참여 작품 모두를 달력에 담을 예정이다. 판화작품 24점이 나오면 2026과 2027년 2년 치를 한 번에 만들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