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콘텐츠 64년 이어온 한산대첩축제

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5. 한산대첩축제 역사와 흥행 두 마리 토끼 잡기

2025-10-01     노영수 기자

명량대첩축제와 같거나 다르거나 
학익진 실제 구현, 해전 재현 눈길

▲한산도 앞바다에서 펼쳐진 한산해전 재현에서 학익진을 선보였다.

통영한산대첩축제는 문내면 우수영관광단지 일원에서 열리는 명량대첩축제와 뿌리를 같이 한다. 임진왜란 당시 왜구를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 중 각각 한산도대첩(1592년), 명량대첩(1597년)이 있었던 역사적 장소에서 이순신 장군과 민초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고자 열린다. 명량대첩은 칠천량 해전 패배 후 남은 13척으로 133척의 왜군을 물리친 기적의 전투로, 한산도대첩은 학익진 전법을 활용해 왜군 함대를 포위·궤멸시켜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통영한산대첩은 올해로 64회째를 맞았다.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하는 이벤트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최근엔 정부 지정 명예 문화관광축제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축제는 승전일인 1592년 음력 7월 8일(양력 8월 14일)에 맞춰 지난 8월 8~14일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인 통영시 일원에서 열렸다. 

반면 명량대첩축제는 올해 17회째다. 명량대첩축제 승전일은 1597년 음력 9월 16일(양력 11월 5일)로 올해는 음력을 기반해 9월 19~21일 열렸다.  

두 축제 모두 무더운 여름철에 열리다보니 더위와의 전쟁이 관건이다. 한산대첩축제는 매일 2~3회 살수 차량을 투입해 행사장과 주변 간선도로 열기를 식히고 주요 무대와 관람 구역에는 이동형 에어컨과 냉풍기 24대를 설치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무더위 쉼터와 그늘막 쉼터를 갖췄고 버스 2대를 활용한 이동식 무더위 쉼터도 운영했다. 

한산대첩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한산도 앞바다에서 펼쳐진 ‘한산해전 재현’이다. 이순신 장군의 전술인 ‘학익진’이 실제로 구현되며 조선 수군이 왜군 선박을 격파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돼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 연합함대와 일본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한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이끄는 일본수군 함대와의 전략·전술을 겨루는 총력전이었다. 이 전투는 임진왜란 전체의 흐름을 조선의 승리로 돌려놓은 결정적 분수령으로 해전 재현에 역사적 의미도 담아가고 있다.

명량대첩축제도 당초 울돌목의 빠른 물살에서 펼쳐지는 해전 재현이 가장 큰 볼거리였지만 어선 참여와 안전 등을 이유로 사라졌다. 대신 융복합멀티 미디어해전이 열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호응은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산대첩축제에서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거북선 노젓기 대회다. 초중고등학교와 15개 읍면동, 전국단위 기관단체, 시민사회단체, 성인동아리, 스포츠 가맹단체 등이 참가하고 있다. 

▲거북선 노젓기 대회 출전팀들이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최근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어디 있는지를 두고 여수냐, 통영이냐 등 영호남 갈등이 불거지고 있어 올해 한산대첩축제는 ‘한산도!! 최초의 통제영!’이란 주제로 통제영이 있던 한산도의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집중했다. 우선 축제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산도 제승당으로 고유제 행사 장소를 옮기고 대표 프로그램을 역사 고증에 기반해 각색하며 시나리오 개편 등을 통해 축제에 의미를 더했다. ‘통영한산대첩축제 주제관’도 신설하고 통영의 유·무형 유산을 활용한 국가유산 문화자원 홍보도 강화했다.
 

섬으로 찾아가는 축제, 의미 확장
역사성·대중성 균형 잡기 과제로

▲승전 퍼레이드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체류형 축제를 위한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 사업과의 연계도 주목받았다. 경남 최대 규모로 20여 분간 장대한 불꽃이 여름 밤하늘을 수놓은 ‘2025 투나잇 통영 불꽃쇼’를 비롯해 각종 야간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불꽃쇼를 위해 6800석의 관람석을 확보했으며 지역내 소비 촉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부 관광객이 통영시 내에서 5만원 이상 소비하고 영수증이나 결제내역을 제시하면 입장 팔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통영시민은 신분증만으로 선착순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축제가 한 장소에서만 열린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찾아가는 통영한산대첩축제’을 마련, 한산·사량·욕지 등 도서지역에서도 소규모 공연과 체험 행사가 열렸다. 이를 통해 문화 접근성이 낮은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를 넓히고 축제의 의미를 지역 전체로 확장했다.

친환경 실천도 강화됐다. 다회용기를 도입해 탈플라스틱을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축제로 나아갔다. 또한 장애인·어린이·고령층을 위한 객석 배치, 휠체어·유모차 대여 서비스도 운영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포용적 환경을 마련했다.

통영 지역의 청소년들을 비롯 지역민들은 뮤지컬, 댄스대첩, 노젓기 대회, 한산해전 재현 등 주민과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확대돼 지역민 주도형 축제 구조로 축제의 정체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됐다.

오랜 역사를 지난 축제다보니 참신성에선 아쉬움을 주고 있다. 오케스트라 공연, 무예 시연, 역사 퍼레이드, 청소년 댄스대첩, 학생 노 젓기 대회, 이순신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등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르며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일부 시민과 관광객들은 매년 구성의 큰 틀이 비슷한 점을 아쉬움으로 꼽고 있다.

이순신이라는 테마를 유지하되 세부 콘텐츠에서 참신함을 더해 재방문 동기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해남 명량대첩축제나 미남축제 등 지역축제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역사를 콘텐츠로 하는 축제는 항상 역사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역사성을 강조하면 재미가 줄고, 대중성을 강화하면 역사적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존 역사 콘텐츠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 축제의 명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혁신, 관객 편의성 강화, 전략적 홍보, 참여형 프로그램 확대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한산대첩축제는 명량대첩축제와 같이 이순신을 테마로 삼고 있는 만큼 우수 프로그램에 대한 벤치마킹과 함께 공동 마케팅, 상호 교차 참석, 두 축제 모두 참여시 인센티브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공동취재단
해남신문 노영수 기자, 남해시대 전병권 기자, 담양곡성타임스 김고은 기자, 한산신문 박초여름 기자,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