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킬러콘텐츠로 여름 대표축제로 자리한 장흥 물축제

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4. 지역자원 ‘물’ 활용한 축제로 경제 활성화제

2025-09-29     노영수 기자

9일간 축제에 50여만 명 찾아
1회성 축제 28억 과하다 논란도

▲축제 방문객들이 대왕장어 잡기 체험을 즐기고 있다. 뒤편으로는 탐진강 일대에서 수상자전거, 우든보트 등을 즐기고 있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2025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지정축제로 선정된 여름 대표축제 중 하나다. 탐진강의 맑은 물, 장흥댐의 호수 등 청정 수자원을 갖춘 장흥군만의 기반 여건이 물축제를 가능케 하고 있다. 

여름 무더위엔 물놀이라는 공식에 맞춰 ‘물’을 킬러콘텐츠로 삼아 여름철 관광객 유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단 올해는 폭우 등 재난 상황에서도 축제가 강행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단 축제 수익금을 수해지역에 기부함으로써 지역 상생의 의미를 내세웠다.

올해 장흥 물축제는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9일간 치러졌다. ‘장흥은 지금 즐거움이 콸콸콸!’이란 슬로건으로 장흥 물이 가진 치유와 건강 브랜드 확립과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장흥군에 따르면 축제기간 방문객은 49만3165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7월 기준 장흥군 인구(3만4235명)보다 15배 많이 방문한 것이다. 주말 방문객이 38만4500명에 달했고 평일에도 19만8665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광주·전남지역 호우 피해 등이 영향을 끼쳐 지난해보다 18만여 명 줄었다고 한다.

축제 예산은 28억2400만원으로 군비만 27억원을 투입한 축제다. 해남군이 대표축제로 밀고 있는 해남미남축제의 지난해 예산 7억8000만원 보다 3배 이상 많고 전라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이 공동 개최하는 명량대첩축제 16억원 보다도 많다. 장흥 물축제는 매년 20억~30억여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50만~60만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는 가운데 1회성 축제를 여는데 너무 많은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한편으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흥군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주요 프로그램은 글로벌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 지상 최대의 물싸움, 황금물고기(대왕장어)를 잡어라, 수중 줄다리기 등이다. 특히 수상자전거, 우든보트, 카누, 바나나보트, 물놀이장 등 물을 소재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체험료도 2000~7000원으로 저렴했으며 특히 5000원이 넘는 체험은 2000원을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줬다.
 

시내 차량 출입 막고 대규모 물싸움
치유의 물로 기후위기 극복 퍼포먼스 

▲장흥읍내 시내길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든 후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살수대첩 퍼레이드.

글로벌 살수대첩 퍼레이드는 장흥군청 인근 시내길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든 후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물싸움 놀이터다. 때문에 물총과 물안경, 물바가지 등은 축제를 즐기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이 시간 만큼은 시내 상가들은 영업을 중단하고 물싸움에 동참하거나 관광객들의 물총을 물을 채워주며 함께 즐긴다. 곳곳에는 대형 물탱크를 싣고 온 읍면별 행정차량에서 물대포도 쏜다. 누구에게 물을 뿌리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동심으로 돌아가 즐긴다. 

장흥의 약수터와 온천, 탐진강을 따라 형성된 삶의 터전은 ‘치유의 물’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맑고 깊은 물 문화를 품고 있어 10개 읍면의 지역민들이 가져온 치유의 물을 뿜어내는 거리퍼레이드는 단순한 물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지구가 겪고 있는 문제를 알리는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 사회자의 퍼레이드 시작을 알리는 외침과 함께 공중으로 퍼진 수천 개의 비눗방울은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오염물질을 상징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함께 쏘아올린 물줄기는 그 비눗방울을 하나둘 씻어내며 ‘장흥의 치유의 물로 오염된 지구를 정화하자’는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퍼레이드의 마지막은 불기둥 퍼포먼스를 통해 기후위기의 현실을 드러냈고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듯 주민들과 관객들이 수백개의 물줄기를 하늘로 향해 쏘았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메인무대에서 이어지는 지상최대의 물싸움은 기후위기 시대에 물은 더이상 놀잇감이 아니라 재난에 맞서는 상징, 공동체의 힘, 자연과의 연결고리로 자리잡는 스토리를 퍼레이드에 입혀냈다.

단순한 여름축제를 넘어 기후위기로 파생된 폭염, 폭우 등 재난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함께 나누는 물, 함께 치유되는 축제’를 만들고자 한 의미를 담았다.

무더운 낮은 물과 함께 즐기며 더위를 식혔다면 밤엔 다양한 공연들이 채워져 스쳐가는 축제가 아닌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략을 내세웠다.

개막식 축하공연은 피프티 피프티, 다이나믹듀오, 비와이, 김희재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윤도현 밴드, 노보레인, 육중완밴드 등이 출연한 장흥 락 페스티벌, DJ들과 신나게 즐기는 장흥 워터 비트를 비롯해 전국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이 출연하는 정남진 강변음악축제 등도 열렸다. 관광객들을 밤까지 붙잡고자 마련했지만 유명 연예인들의 출연료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논란도 매년 일고 있다.
 

슬러시·야시장 등 지역과 연계성 높여 
배달앱과 손잡고 첫 주문 할인 이벤트

▲장흥 물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수해로 인해 축제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다보니 장흥 물축제도 논란을 일으켰지만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들은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 속에 지역경제를 살리는 기회라는 반응이 많았다. 장흥군은 축제 입장권 수익 전액을 수해지역에 기부해 지역경제 회복과 상행을 동시에 추구하는 선택을 했다. 

축제장에는 수재의연금 모금함을 설치해 관광객과 지역민의 동참도 이끌었다. 축제 마지막 날 기금 전달식을 통해 축제 입장료로 발생한 수익금 5000만원과 장흥군여성단체협의회 등이 참여한 수재의연금 모금액 1060만원을 더한 6060만원을 기부했다. 

축제기간 장흥군은 배달앱 먹깨비와 손을 잡고 1인 1회 최대 5000원의 할인 이벤트를 운영했다.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과 지역주민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첫 주문 할인,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병행됐다. 

장흥의 특산물인 청태전, 표고버섯, 작두콩, 아르미쌀 등과 장흥의 물을 혼합해 만든 슬러시 페스타를 비롯해 한우삼합 페스타, 야시장·중앙로 상가와 연계된 콘텐츠를 강화하며 지역상권과의 연계성도 높였다. 

8월 1일과 2일 저녁에 열린 ‘물빛야장, 빠삐용의 날’은 올해 첫 선을 보인 상권 상생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끌었다. 장흥읍 중앙로 일부 구간의 차량을 통제하고 다양한 음식과 주류를 판매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지역상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역축제들이 대부분 개막식, 초대 가수 공연, 지역 특산물 판매 부스, 먹거리 장터, 체험 부스 등 비슷한 요소들로 채워지는 가운데 해남군도 관광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지역만의 차별화된 축제 소재를 발굴함으로써 지역만의 축제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공동취재단
해남신문 노영수 기자, 남해시대 전병권 기자, 담양곡성타임스 김고은 기자, 한산신문 박초여름 기자,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