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수도, ‘왜’와 ‘무엇’ 명확해야

2025-09-29     해남신문

‘수도’의 사전적 의미는 한 국가의 정치,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말한다. 어떤 분야나 정책의 국가대표 격이라 할 수 있다. 순천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과 순천만 국가정원을 바탕으로 생태 보전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해 생태수도로 각광받고 있다. 보성은 광활한 계단식 차밭에 전통과 체험, 관광을 곁들인 차산업의 중심으로 녹차수도를 표방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와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과학기술과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대한민국 경제과학 수도를 추진하고 있다. 수도와 각 도시의 이미지가 그런대로 맞아 떨어진다.      

해남군은 현재 농어촌수도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광활한 경지면적과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고 농어업, 문화예술, 에너지를 중심으로 소멸 위기에 빠진 농어촌의 대전환을 선도해 모두가 잘사는 ‘농어촌 잘사니즘’을 실현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취지는 좋지만 ‘왜’, ‘무엇을’ 이라며 농어촌수도 해남에 물음표를 보내는 시선도 많다. 뭔가가 크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라 일컬을 만큼 가공·생산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거나, 중간상인에 의존하지 않고 농민들이 직접 생산해 가격을 결정하고 유통에 참여하는 인프라도 없다. 농수축산물에 큰 경쟁력이 있어 농어민의 소득이 월등히 높거나 교통과 복지가 다른 농촌과 비교해 크게 나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해남이 농어촌수도라고’, ‘왜’라는 반응이 나온다. 

또 농어촌수도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이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기존에 추진돼왔던 사업이거나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농어업의 안정감과 전통의 개념과는 배치되는 인공지능 슈퍼 클러스터 허브 구축과 RE100산단 조성, 기업도시, 국제학교 유치 등 신재생 중심의 미래신성장산업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농어업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밀어주거나 예산을 투입해줘야 하는 사업들이 많은데다 예산확보 방안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도 제기된다.   

정작 농어촌수도의 대상인 농민이나 어민을 대상으로 충분한 대화와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비전이 제시되고 있는지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군수 임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선언만 하고 지속성이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다는 걱정도 앞선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해보는 게 낫다. 그런 면에서 뭔가 새로운 비전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무모함이 돼서도 안 된다. 시간이나 여론에 쫓기기보다 더 만나고, 더 대화하고, 더 찾아나서며 시간을 갖고 더 나은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두르다가 ‘속 빈 강정’이나 ‘알맹이 없는 포장’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