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회복중… 비축미 방출에 ‘촉각’
4년 만에 80㎏ 한 가마 22만원 넘어 농민들, 유통만 이득·양곡정책 실패
쌀 재고가 크게 줄면서 80㎏ 한가마가 4년 만에 22만원을 넘어서는 등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과다한 쌀 비축과 조생종벼 수확 지연 등이 이유로 꼽히는 가운데 수확기를 앞두고 정부비축미 방출을 예고해 농민들은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나섰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5만6333원, 80㎏ 한 가마 당 평균 22만533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4904원보다 28.8%, 5만428원 급등한 가격으로 지난 2021년 10월 5일 이후 4년여 만에 22만원을 넘어섰다. 소비자가격도 올라 9월 들어 20㎏ 상품 한 포대당 평균 6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총 358만5000톤으로, 정부는 12만8000톤이 초과 생산될 것으로 보고 가격 방어를 위해 26만2000톤을 시장 격리했다.
하지만 실제론 5만6000톤이 초과 생산돼 지나치게 많은 쌀을 격리하게 되면서 재고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수확기 잦은 비로 조생종 벼의 출하 시기가 늦어져 구곡에 대한 유통업체의 수요가 증가했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쌀 유통시장의 재고 부족으로 인한 품귀 현상까지 이어지며 정부는 수급 안정을 위해 보관하고 있던 정부양곡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8월 25일부터 3만톤을 푼데 이어 2만5000톤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농민들은 산지 쌀값이 4년 전 수준으로 회복한 상황일 뿐 이득은 유통업체만 보고 있다며 오히려 비축미 방출로 인한 수확기 쌀값 폭락을 우려했다. 18일에는 서울역에서 정부의 쌀값 대책을 촉구하는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해남에서도 30여 명이 상경해 동참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수확기 쌀값을 보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며 양곡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내란농정을 이끈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했다.
박제수 해남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지난 정부부터 수급 조절을 잘못해 재고 부족으로 실제 쌀 가격이 올랐다”며 “하지만 일반 농가에는 현재 재고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득은 유통업체들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무진 해남군농민회 회장은 “정부가 수확기를 앞두고 계속 쌀을 방출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쌀을 관리하겠다는 말도 없이 가격을 떨어뜨리고만 있다”며 “쌀 농사를 짓는 건 후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망언을 했던 송미령 장관이 여전히 남아 있고 농업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단기 조치로는 가격 안정에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햅쌀(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되는 10월 중순께가 돼야 수급 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