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를 호수로, 태양광 아닌 생태계 복원을 택하다

역간척을 통한 새로운 농촌 3. 세계적 호수관광지가 되다-일본 비와호 사례

2025-09-22     이창섭 기자

1. 지역갈등·실효성 논란에 빠진 간척지의 역습
2. 역간척 성공사례 순천시와 서천군을 찾다
3. 세계적 호수관광지가 되다-일본 비와호 사례
4. 간척지 대신 습지 선물-아자메노세 복원 사례
5. 농촌소멸 대안 역간척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간척지에 물을 다시 채우다 

▲역간척 이후 생태계가 살아난 하야사키나이코 내호의 모습(1).

일본 시가현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담수호인 비와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중 하나로 100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시가현 전체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해 바다처럼 보일 정도다. 호수 주변에 히코네성과 시라히게 신사, 도자기 마을이 있고 크루즈와 유람선, 윈드서핑은 물론 가까운 산에는 인공 스키장도 만들어져 있어 자연과 생태,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시가현은 물론 오사카와 교토, 효고현까지 무려 1480만명의 식수원으로도 쓰이고 있다.

1940년대 태평양 전쟁은 물론 이후 산업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식량이 부족하자 1970년대까지 비와호 주변에도 간척지 조성사업이 진행됐다. 주로 비와호와 연결되는 육지와 가까운 안쪽 호수 즉 연못과 습지 등으로 이뤄진 내호를 매립해 농경지가 조성됐다. 간척지 조성으로 인해 비와호 주변 내호 40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사라졌다. 

또한 1970년대부터 비와호 종합개발에 따라 호안제나 댐 건설, 하천 보수 등으로 인해 남아있는 내호와 비와호와의 연속성이 사라지게 돼 재래 어패류의 감소는 물론 다양성의 저하, 비와호에 오염물질 유입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가현은 지난 2001년부터 하야사키나이코 재생보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비와호를 살리기 위한 역간척을 꺼내 들었다. 생태계를 살리고 수질을 보전하기 위해 하야사키나이코 내호에 조성된 간척지 89㏊ 중 20㏊에 담수호를 채워 넣기 시작한 것이다. 역간척은 성공적이었다.

▲시가현 환경부 오하라 조스케 주임.

시가현 환경부 비와호 보존재생과 수질 생태계의 오하라 조스케 주임은 “초기에 붕어, 미꾸라지, 송사리 등 3종만 발견되던 어류가 담수 10년 후부터 24종으로 늘었고 갈대와 버드나무 등 식물이 되살아나는 것이 눈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과거 이곳이 겐고로부나(일본 고유 잉어과 물고기)의 산란지였는데 간척사업으로 사라졌다가 역간척으로 생태연못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발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참여 지속 가능 사업으로

이 사업은 일회성에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다. 

먼저 13억엔, 우리나라 돈으로 13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해당 부지를 사들이고 15년 동안은 물만 채운 뒤 생태계 변화를 관찰한 후 내호의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생물과 식물 등이 살아난 북쪽 지역은 사람의 손길이나 인공시설물이 닿지 않는 자연보존구역으로 지정했다. 남쪽 지역에는 연못과 숲, 주민 쉼터 등을 정비해 8년 후에 완공 되는데 생태계 관찰과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장,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 활용될 계획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무슨 사업이 이렇게 기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역간척 이후 생태계가 살아난 하야사키나이코 내호의 모습(2).

둘째, 사업 과정에서 주민 협의와 참여가 잘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생태계를 복원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사유지를 매입하는 데 예상됐던 주민 마찰도 없었다.

시가현 환경부의 아카사키 요시지카 계장은 “홍수피해가 잦고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농사짓기 부적합한 땅이다 보니 예전부터 주민들이 현에서 땅을 사줬으면 바라왔고 재생보존사업으로 협의가 이뤄지자 큰 반대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며 “재정상태가 어려운 현이 다 부담할 수 없어 일본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아 진행했다”고 말했다.

사업추진과정에서 주민들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와호 재생보전협의회가 만들어져 생태계 조사와 연구, 보급 등의 활동이 이뤄졌다. 또 이 단체가 중심이 돼 현재 주민들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야사키나이코 내호에 대한 생물관찰회 개최, 낚시대회, 거머리와 생선 잡기 대회는 물론 홈페이지 운영과 홍보지 발간을 통한 홍보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하야사키나이코 내호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의 참여한 가운데 낚시대회가 열렸다.

셋째 역간척을 시작으로 시가현 지역사회 전체에서 MLGs(Mother Lake Goalsˑ어머니 호수 목표)라는 이름으로 환경보전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비와호를 지키고 환경보전을 위해 주민과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해 지속 가능한 13가지 목표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13가지 목표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 지역과 유역을 배움의 장소로, 비와호를 즐기고 소중한 사람을 늘리세요 등을 담고 있다. 
 

“생태계 복원이 틀림없는 일”

올해 79세인 재생보전협의회 쿠라하시 요시히로 회장은 마을 주민으로 20년 넘게 협의회 일을 맡고 있다. 사업 시행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사업이 시작된 뒤에는 생물관찰회와 각종 이벤트 등을 주관하고 있다. 역간척지를 방문한 학생 등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형태로 이곳 생태계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다. 20년 동안 방문자는 6000여 명이다. 

▲비와호 재생보전협의회 쿠라하시 요시히로 회장.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물고기가 다시 찾아와 산란하고 안 보이던 물고기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며 보람을 얻고 있다. 최근 외래종이 많이 들어와 식물과 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함께 조사하고 있다.

쿠라하시 요시히로 회장은 “여기도 역간척을 할 때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연생태계로 돌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재생보전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현재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일본도 지역소멸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곳에 아이들이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 대신 역간척을 택했다. 생태계를 복원하고 아이들이 찾는 곳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나아가 시가현은 비와호 물이 시가현 내 어딘가에 내린 비나 눈이 흘러 들어가고 토사와 쓰레기까지도 찾아 들어간다는 점에 착안해 ‘어머니 호수 목표’ 운동을 펼치고 있다. 비와호가 세계적 관광지가 되는 것은 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이런 노력 때문인 셈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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