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시작?

윤상일 (해남문화원 원장)

2025-09-22     해남신문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농어촌기본소득 예산안이 통과됐다. 인구감소지역 6개 군을 공모해 주민 24만여 명에게 월 1인당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내년도 시범사업 예산으로 정부는 1703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어촌 주민에게 조건없이 일정금액을 지급, 지역소득을 안정시키고 소비를 촉진해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만들자는 제도다. 취지는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 격차를 줄여 농어촌 인구감소와 소득 불안정, 지역 소멸 위기를 막자는 것이다.

농어촌기본소득본부의 지난 5년간 활동을 살펴보면 시작이 반이라고 일부 결실에 만족할만한 부분도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더 많아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 농어촌기본소득운동전국연합은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를 3000여만 원으로 보고, 10분의 1 수준인 1인당 매월 30만원을 농어촌기본소득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위의 내용처럼 정부는 15만원을 시범지역에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내년도 시범사업 예산 1703억원은 너무 적다. 6개 지역에 24만명을 예상 대상 인구로 한다면 중앙정부 예산은 40% 밖에 안된다. 나머지 60%는 도와 시군이 분담해야 해 지방 정부 부담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도가 30%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하면 공모에 응할 수 있는 지자체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전북과 전남을 제외한 경남북, 충남북, 강원의 도지사는 국민의힘 당원이다. 새로 들어선 국힘 지도부는 이재명 정부와 극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 정책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해 도가 보이콧 하면 기초자치단체장은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범사업은 정부 부담 70%, 기초지자체 부담 30%로 해야 이 정책이 순조롭게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 예산 분담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인구감소 고위험 지역 기준으로 1도 1군 사업으로 변경하고, 참여하지 못한 지자체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다시 공모하고 이번에는 참여를 신청한 도 지역 군만 선정하는 것도 대안일 것이다.

어쨌든 이번에 편성된 예산은 정책을 순조롭게 출발시키기에 너무 적은 예산이다.

또한 시범사업 시행 전에 공청회라든가 전문가 심의토론회 등을 거쳐 우려되는 지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쟁점이나 문제점을 여과해 추진해야 추후 나타날 문제점도 최소화할 수 있다.

더불어 예산 중의 일부를 지급할 때 자치단체 부담금의 일부는 지역 또는 마을 공동체 예산으로 사용하게 하면 좋을 것이다. 

5% 정도의 예산만 공동체 회복 예산으로 해도 그 액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우수활동사례 혹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은 5대5로 예산을 지원하면 공동체문화가 다시 회복되는데 구심력이 될 수 있다.

지금 농·어촌은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와있다. 과도한 노령인구와 젊은이들의 도시이동 등으로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조국 근대화를 위해 희생했지만 도시에 비해 낮은 소득과 심각한 소멸인구로 버려지는 곳으로 전락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을 지키겠다고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희망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해남군만 하더라도 매년 1300~1500명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5년이 지나가게 되면 6500~7500명의 인구감소가 된다. 3000여 명이 사는 마을 2개가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농어촌기본소득 해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불가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