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변동 폭 줄일 양곡정책 필요하다
쌀 수확기를 앞두고 농민들이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최근 쌀값이 4년 전 가격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최근 상승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어 정부가 수급안정대책으로 비축미를 연달아 풀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지난해 수확기에는 쌀값 폭락에 아스팔트 위에 섰었다. 통계청의 산지 쌀값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25일 정곡 20㎏ 가격은 4만3648원으로 2023년 10월 5일 5만4388원 보다 1만740원(19.7%) 하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찔끔 격리와 늑장 대책으로 일관하며 1년 사이 1만원 이상 폭락했다.
올해 쌀값은 5월까지도 4만원대를 유지하다 다행히 6월부터 평년 수준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부의 비축미 방출 정책이 농민들을 시름에 잠기게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 쌀 20㎏ 소매가가 지난 11일 6만1235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보다 19.8% 올라 가격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민과 소비자의 시선이 조금은 엇갈린다. 소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쌀값이 크게 올랐다고 느끼지만 농민들은 이제야 회복되고 있다고 느낀다. 최근 3년 간 쌀값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상황에서 지금 쌀값도 2020년 수준보다도 낮아 급등한 게 아닌, 하락 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쌀값 상승이 정작 농민들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이유다. 농민들은 이미 지난 연말에 쌀을 모두 헐값에 매도해 이젠 팔 쌀이 남아있지 않다. 결국 지금의 쌀값 상승은 유통업체만 배불리고 있다.
사실 쌀값은 수확기를 앞두고 오르기 마련이다. 지난해 수확기에 저장한 쌀이 떨어지는 시기다보니 햅쌀이 나올 때까지 시장에 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장에 너무 많은 쌀이 풀리게 되면 당연히 수확기 쌀값은 떨어진다.
쌀은 여전히 우리의 주식이지만 쌀농사로 벌어 먹고산다는 것은 갈수록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의 논벼 생산비·순수이 추이 자료를 보면 10a당 논벼 생산비는 2021년 79만2265만원이었지만 지난해 88만2310원까지 올랐다. 반면 순수익은 50만1978만원에서 27만584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근 쌀값 변동의 원인으로 정부의 감산정책이 꼽히고 있다. 그동안 쌀값이 폭락한 원인을 과잉공급 탓으로만 돌리며 재배면적 감축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에 대한 장기적이고 면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면 안된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양곡, 농업 정책이 현장에서 땀 흘리는 농민들과 함께 다시 세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