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직 생활을 마치며

이자영 (해남교육장)

2025-09-01     해남신문

단발머리 여중생은 막연하게나마 교사를 꿈꾸고 신사임당상을 우러러봤습니다. 자갈밭 운동장과 학급당 60명 이상 교실에서 수다 떨며 도시락과 보조 가방을 항시 들었고 사회과목을 탁월하게 잘했습니다. 

공무원인 아버지와 손이 가지 않고 잘 놀고 학교생활 잘했다 하는 어머니 말씀처럼 속 썩임 없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며 책을 좋아했다는 아이, 80년 5·18민중항쟁을 온몸으로 느끼며 81학번으로 사범대에  진학해 교사로서의 그 길을 따라 이제 정년에 이르렀습니다. 

졸업정원제로 교사 임용이 더뎌지며 초임 교사 9호봉을 시작으로 38년 8개월의 시간을 학생과 학교, 가정에 충실했습니다. 역사지리 교사로서 애증의 시간, 전문직으로 허덕거리며 통근과 야근을 반복하며, 몸에 이상이 생겼어도 단 한 차례 병가휴직도 없이 미련할 정도로 우직하게 직장생활을 수행했습니다.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전라남도가 제 고향이고 전남교육이 제 고향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과거에 두고 이제는 저 자신에게 고맙다고 속삭입니다. ‘자영아 수고했다. 수고했어’. 

직장생활 내내 어렵고 긴장의 연속이였던 시간을 떠올려 보며 제가 교직을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준 조력자들을 소개합니다. 

너희들 시대는 여자도 경제력을 갖고,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며 교육공무원을 추천한 친정 아버지, 결혼 초 직장생활에 올인하는 며느리를 도와 손자를 키워준 시부모님, 항시 바쁜 아내를 도운 남편, 어려서 엄마의 자리가 부족했음에도 엄마를 믿고 인정해 주며 속썩이지 않고 바르게 성장해 독립한 아들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도 납니다. 또한 많은 선배님들과 해남교육을 차고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해 준 명현관 군수님, 지자체 관계자 여러분, 관내 교직원, 우리 해남 학생들 감사합니다.

이제 해남교육이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 마지막 바람을 남겨 봅니다.

교직은 애증의 시간을 견디어야 합니다. 과거를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온고이지신(옛것을 알고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으로 미래를 향한 문제 해결력과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지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계사의 한 구성원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나가는 힘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조력자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 모두의 건행을 기원하며, 행복한 교직생활이 되십시요. 해남살이 2년 모든 공동체 여러분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