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냐 통보냐’ 소통의 온도차
최근 해남군의회 패싱 논란으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해남군이 국내 유일의 LPGA 정규투어 대회를 전남 최초로 열게 되면서 준비·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수억원의 군비가 들어감에도 정작 해남군의회에는 한차례의 공식 보고나 협의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민홍일 의원이 지난 26일 본회의장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5분 자유 발언을 통해 사전 논의도 없이 이미 대외적으로 추진이 기정사실화된 행사에 대해 예산만 심의해 달라는 상황은 사실상 군의회를 사후 승인만 하는 위치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군은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후 보고하고자 늦어졌을 뿐 의회 무시는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명현관 군수는 군의회 본회의장에서 발언권을 얻어 유감의 뜻을 전하는 한편 군의장과 충분히 이야기하며 추진한 사안으로, 의원들 간 소통이 안 된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남군과 해남군의회는 해남군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때로는 상생하고 때로는 대립할 수밖에 없는 관계에 있다. 해남군은 정책을 개발해 예산을 편성하는 권한을, 해남군의회는 이 예산을 삭감하거나 통과시킬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업 추진 여부를 두고 군과 군의회가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찌 보면 군수와 군의원 모두 민주당(최근 서해근 의원 탈당) 소속이다 보니 그동안 눈치를 보며 부딪침이 없는 편이였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해남군과 해남군의회가 부딪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두 기관의 입장 차이는 분명하다. 해남군은 공모사업을 신청하기로 결정한 후 사업계획까지 마치고 나서 군의회에 보고하고 있지만 군의회는 이 공모사업을 신청하기 전 해남군에 필요한 사업인지 따져보고 싶어 한다.
이미 해남군이 예산 편성을 마친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 군정 발목 잡기라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해남군은 협의라 하지만 군의회는 통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LPGA 대회는 수만명의 생활인구를 유입시키고 해남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분명 좋은 기회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흠결로 뭇매 맞는 군도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소통에 있어서도 당사자 간 느끼는 온도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두 기관이 원활히 소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군과 군의회는 서로 짝짜꿍만 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소통 부족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이 중단되거나 동력을 상실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결국 두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군민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