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발의 조례안 꼼꼼히 따져보자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비롯해 예산안을 심의해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할 수 있는 막중한 권한을 갖고 있다. 조례 제·개정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조례발의 권한은 지방의회와 행정이 갖고 있으며 이를 통과시킬지 여부는 의원만이 갖고 있는 고유 권한이다.
지역발전과 주민 편익을 위한 의원들의 활발한 조례 제·개정 활동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군의원들이 발의했거나 제정한 몇몇 조례안은 논란을 불어오고 있다.
최근 군의회가 입법예고한 해남군 주택 소방시설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아파트 등을 제외한 해남군내 모든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12년부터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당초 2012년 이전 주택만 지원토록 했지만 이 조항을 삭제, 모든 주택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화재가 빈번한 상황에서 예방과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된다. 하지만 법으로 소화기 비치를 의무화한 상황에서 조례에 따른 지원이 법률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법을 지키지 않은 주택만 지원하면 형평성 문제가, 소화기가 있더라도 지원한다면 예산낭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이를 근거로 다른 법률에 따른 위반도 군에서 막아 준다는 것인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가뜩이나 자치단체 예산이 부족한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문제와 소화기는 소모품으로 사용했거나 사용연한이 끝나면 계속해 지원해 주는지 등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해남군 위생업소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마찬가지다. 군내 위생업소의 영업 환경을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환기·냉방·정수 등 위생관련 기기의 청소와 정기점검을 해남군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혈세로 어디까지 지원해 줘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조례는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법령에 부합하는지 전문성이 요구된다. 소수의 이익만 요구하는 조례는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공포한 조례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도 심각하다. 주택 소방시설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지난 2023년 12월 제정됐지만 조례에 따라 지원된 실적이 전무하다. 이는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다. 조례가 제정됐다면 집행부는 추진의지를 갖고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때문에 의원발의 조례라고 해 무조건 공포해선 안된다. 현실과 동떨어졌다면 과감히 거부하거나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조례 발의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 잡기용, 선심성 조례 발의가 되고 있진 않는지 지역사회와 함께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