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간척·갯벌 복원으로 미래에 투자하다
역간척을 통한 새로운 농촌 2. 역간척 성공사례 순천시와 서천군을 찾다
1. 지역갈등·실효성 논란에 빠진 간척지의 역습
2. 역간척 성공사례 순천시와 서천군을 찾다
3. 세계적 호수관광지가 되다-일본 비와호 사례
4. 간척지 대신 습지 선물-아자메노세 복원 사례
5. 농촌소멸 대안 역간척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편집자주) 농지확보 등을 위해 간척사업이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제 기능을 상실한 채 태양 발전 사업이 추진되며 농지잠식과 생태계 파괴 우려는 물론 지역주민들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대안으로 역간척이 제기되고 있는데 국내외 관련 사례를 통해 그 필요성을 점검해본다.
순천시 어떻게 ‘생태관광도시’ 됐나
역간척과 습지·갯벌 복원의 새 역사를 쓴 도시가 바로 순천시다. 순천시 하면 순천만 국가정원이 떠오르고 생태관광도시 이미지가 부각 된다. 순천시는 2007년 순천만 습지를 복원하고 2013년에는 순천만정원을 조성해 중앙정부도 하지 못했던 국제정원박람회를 열었고 지금은 순천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지난 2023년에만 981만명이 순천을 방문했다. 지방도시 소멸을 막기 위해 습지 복원과 함께 공공정원을 최초로 도입하고 생태도시를 만든 것이다. 행정기관이 나서 큰 그림을 그리고 지역사회가 동참하며 전봇대 수백 개를 뽑아내고 각종 공사로 잘려 나갈 위기의 나무를 옮겨 심는 등 노력 끝에 28만평의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 탄생했다.
순천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순천만과 맞닿아 있고 순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천 하구 인근 농경지를 습지로 복원하는 역간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천 하구는 국제적으로 생태학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있는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습지 복원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순천만의 생태 가치를 도심 속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동천 하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10년 전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개발행위가 제한됐지만 지정 이전인 지난 1960년대부터 간척이 허가되며 하천부지에 18ha의 농경지가 형성됐고 무분별한 영농 활동으로 생태계가 파괴돼 왔었다”며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해 습지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습지 복원의 첫 시작은 사유지 논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소유주에 대한 설득과 예산 확보는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순천시 관계자는 “대부분 농경지가 김해 김씨 문중 소유여서 설득과 협의를 통해 땅을 매입하기로 했고, 정부부처를 돌아다니며 예산지원을 요청해 결국 환경부의 습지보호지역 농경지 매입사업으로 120억원을 확보해 사유지 농경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이렇게 지난해 6월 동천 하구 내 농경지를 습지로 복원하기 위한 토지 매입과 등기 절차를 마쳤다. 올해 말까지 제방을 허물고 하천 바닥을 긁어낸 뒤 바닷물을 유통시켜 순천만과 도심을 연결하는 역간척에 나서고 습지보호지역을 인공시설 없는 수변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순천시는 이를 통해 순천시의 상징이자 천연기념물인 멸종위기종 흑두리미의 서식지가 확장되고 동천의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은 물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도시의 위상을 더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생태관광도시는 말 잔치가 아닌 행동을 통한 실현으로 거둬진 결실이었고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개발보다 보존 ‘서천군 유부도 갯벌 복원’
충남의 최남단 섬 유부도. 섬 크기는 여의도의 4분의 1인데 주변 갯벌은 이의 10배가 넘는다. 서천군에 있는 15개 섬 중에 유일한 유인도로 현재 49세대 50여 명이 살고 있다. 국제적으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이었지만 해묵은 숙제가 하나 있었다.
외지인 발길이 닿기 힘든 섬에 한때 염전을 일구어 소금을 생산했지만 수십 년 전 문을 닫고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갯벌과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었다.
이에 서천군과 충청남도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유부도에 국비 등 68억여 원을 투입해 갯벌 복원사업에 나섰다.
서천군 관계자는 “폐염전은 문을 닫은 뒤 이미 바닷물이 들어와 있어 지번만 남은 땅이 됐고 소유권 문제로 보상 자체가 어려워 대신 옆에 유휴지를 사들여 제방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바닷물이 유통되게 해 갯벌 면적을 확대하고 바닷새 서식지를 회복하는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갯벌에 해수가 유통되고 갯벌이 확대되며 칠게와 벗들갯지렁이, 서해비단고동 등이 다시 돌아왔고 멸종위기 철새들도 둥지를 틀었다.
지금은 국제자연보호연맹에서 지정한 넓적부리도요 등 멸종위기 17종의 철새 부양지가 됐고 국내 최대검은머리물떼새 서식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사업이 끝난 뒤 사업 전후 상황을 5개년 동안 모니터링하고 있는 해양환경공단 측은 “사업시행구역의 대형 저서동물(바다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 출현종수가 2.2배, 생체량도 2.2배, 다양도는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사업 후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가 2023년 새로 출현했고 바닷새 출현종수도 기존 22종에서 35종으로 크게 느는 등 갯벌 복원을 통해 생태계 환경이 현저히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유부도를 포함한 서천 갯벌은 지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서천 갯벌은 새만금방조제 사업으로 서해안 갯벌이 대거 사라지면서 금강하구에 남은 유일한 갯벌이다. 68억원을 들인 갯벌 복원 사업은 이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로 돌아왔다. 개발을 통한 당장의 이익을 바라지 않고 역시 미래에 대한 투자로 얻은 가치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