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엽 할머니와 기림의 날 기억하자

2025-08-18     해남신문

8월 15일은 광복 80주년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돼 나라를 되찾고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내란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아 맞은 광복절 80주년이기에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15일 광복절 하루 전날인 14일의 의미도 잊지 않아야 한다.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다. 지난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했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전국의 생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며 국제 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알려졌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도 진정한 사과와 배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이제 여섯 명뿐이다.

9년 전 96세로 별세한 고 공정엽 할머니는 16세의 꽃다운 나이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에 의해 중국으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했다. 해방과 함께 귀국해 이후 해남에서 결혼생활을 하며 해남과 인연을 맺게 됐다. 200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 참가를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해남에서는 공정엽 할머니와 함께하는 해남나비가 결성돼 인권과 명예회복에 대한 연대가 이뤄졌다. 

할머니의 살아생전 소원은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와 끔찍한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것’과 ‘해남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만들어졌으면 한다’였다. 

공정엽 할머니의 소원은 이뤄졌는가? 우리는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는가?

일본의 진정한 사과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단을 통해 한국 기업이 마련한 돈으로 배상을 하는 제3자 변제안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합의가 이뤄졌다. 10년 전 군민들과 각 기관단체, 지자체가 나서 성금을 모금하고 후원하며 해남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훼손된 채 제대로 관리마저 되지 않고 있다. 14일이 위안부 기림의 날이지만 해남에서는 변변찮은 기념행사조차 없는 상황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남의 또 다른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 것은 그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올바른 역사관이 정립돼야 미래세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지역사회가 하나 된 마음으로 소녀상을 세웠던 것처럼 이제 다시 기림의 날과 광복절, 고 공정엽 할머니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