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면 나범리에 ‘옛 마당’과 ‘그린광장’을
정철웅 (광주환경운동연합 고문)
해남군 삼산면 나범리에 ‘국립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이하 센터)가 유치됐다. 이는 해남 역사상 가장 큰 경사로, 향우인 필자를 포함한 지역민 모두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2021년에 선정된 센터가 아직 착공되지 않은 점은 기쁨을 다소 반감시킨다. 왜냐하면 지금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전국 여러 기관에서 기후변화 관련 농작물 생태 실증 연구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센터 건립이 시작돼야 나머지 도립·군립의 연구단지 사업도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센터 건립의 신속한 추진은 필자의 초조한 첫 번째 관심사다.
필자의 두 번째 놀라운 관심사는 센터 조성을 위해 확보된 부지가 무려 90여 ㏊에 달한다는 점이다. 당초 농식품부가 제시한 공개입찰 면적은 3㏊ 였으나 해남군은 20배인 60㏊를 제안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해남군은 최종적으로 약 90㏊를 확보했다. 미래를 바라보는 통큰 면적이 감동 수준이다. 이렇게 넓은 부지에 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해남 농업연구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은 미래지향적 농업행정이며 필자는 물론 뜻있는 군민들의 놀라운 관심사다.
세 번째 관심사는 100㏊ 부지 중 일부를 활용해 ‘옛 마당’과 ‘그린광장’을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옛 마당과 그린광장의 구체적 조성방안은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해남 농업연구단지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많은 방문객이 있을 것이다. 농식품 관련 공직자, 전문가, 농식품 관련 학과의 대학생, 전국 각지의 농민, 수학여행 학생, 체험학습 어린이, 관광객 등 다양한 방문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방문객과 관람객들에게 옛 마당과 그린 광장은 휴식과 만남 그리고 추억의 장소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시골 가옥의 옛 마당은 앞마당, 뒷마당, 마실마당 등으로 가족과 이웃들이 소소한 행복을 나누던 공간이었다. 여름 저녁 모깃불을 피우고 멍석 위에서 보리밥과 호박된장국, 풋고추, 호박잎쌈을 먹으며 정을 나눴던 생활의 장소였다. 마당은 벼, 고추, 무말랭이, 호박말랭이를 햇볕에 말리는 공간이었다. 때로는 결혼식과 장례식을 치르는 공간이었다. 따라서 마당은 우리 후대들이 보전해야 할 생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옛 마당을 우리 해남의 후대들이 재현·보전할 것을 제안한다.
광장문화는 고대 로마에서 성행했다. 유럽의 주요 도시는 물론 미국의 뉴욕과 중국의 북경에도 천안문 광장이 있다. 이 광장들은 다채로운 문화와 만남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도 월드컵 개최 당시 붉은악마라는 응원단의 모습은 세계가 부러워한 광장문화 행사였다. 최근에는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청 광장 문화가 뜨고(?) 있지 않은가?
그린광장은 도시광장의 모습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꽃과 나무가 있고 그늘숲과 간단한 쉼터가 있어야 한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조성된 그린광장에서는 기후변화와 농식품 관련 단합대회, 전국 농촌 이장단대회, 농악놀이대회, 전통악기 연주대회, 품바 경연대회, 강강술래 전승대회, 세계막걸리 애호가대회, 해남지역 기후대응 활동가 대회 등을 개최할 수 있다.
옛 마당과 그린광장이 전국 최초의 농촌문화 계승 공간으로 조성되길 거듭 바란다. 그리고 해남군이 ‘농어촌 수도 해남’ 전략을 강하게 표방한바 이에 마중물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