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공평과 형평
■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칼럼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공평이라는 말이 있다. 과세의 공평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다는 의미를 가진다. 비슷한 단어로 ‘형평’이 있다. 이는 균형이 맞는 상태를 의미한다. 두 단어는 비슷하지만 약간의 의미 차이가 느껴진다. 공평은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느낌을 주고 형평은 각자의 부담 능력에 따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연결하여 ‘국민개세주의’라는 말이 있다. 한 국가의 국민이라면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양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특정세금은 모두 내고 있지는 않다. 물론 모든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도 있다. 대표적인 게 주민세다. 주민세는 인두세처럼 모든 국민에게 부과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지방세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인 개인과 사업주가 지역 주민으로서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을 분담한다는 ‘주민개세주의(住民皆稅主義)’에 따른 세목이다. 개인분은 조세부담 능력과 관계없이 지역별로 동일한 금액이 과세되는 인두세적 성격을 띠며 사업소분과 종업원분은 급여 총액이나 자본 규모 등에 따라 차등 과세되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면세자가 많은 세금도 있다. 근로소득세가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33%에 달한다. 근로소득이 있음에도 각종 세액공제 혜택으로 인해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다. 따라서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제 항목을 축소할 경우 고소득자는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사실상 증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원래 부담해야 할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므로 공평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 고소득자들이 면세자의 존재를 이유로 조세 공평성에 문제를 제기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는 국민개세주의와 공평성·형평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이전에는 면세자들에 대한 과세를 피하고 부자 증세만을 추진하다보니 형평성이 문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면세자들이 소액의 세금을 납부하게 되면 과세 기준이 상향돼 고소득자들은 더 많이 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증세가 아닌 형평을 되찾는 조세체계로 나아가는 방향이다.
모두가 조금씩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많아서 생긴 현장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월세, 통신비, 다자녀 가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생활비용은 공제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확대된 세원을 형평성에 맞게 복지 등에 지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교육, R&D, 저출산 대응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해 성장을 통한 재정 확보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은 세금’이 아니라 ‘공평한 세금’이 필요하다. 형평을 고려한 과세와 재정 지출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