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빈 수레 될라

2025-07-14     해남신문

해남군이 추진 중인 일부 사업이 좌초되거나 축소되며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군은 솔라시도 기업도시에 건립을 추진하던 청년창업지원센터인 ‘스테이션H’ 사업을 최근 중단키로 했다. 이 사업은 2022~2023년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으로 발굴돼 총 60억원을 들여 4차 사업과 미래산업 전문 기술을 교육하고 기업도시와 연계한 인력양성, 창업컨설팅, 임시 창업공간 등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기업도시에 입주한 기업이 없다보니 건물만 지어봤자 이용할 사람이 없어 결국 사업 취소가 결정됐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대중교통도 여의치 않은 산이면 기업도시까지 오가는데 따른 불편도 감안됐다. 

사전에 예측한 수요와 공급이 빗나갔고 이용객의 편의를 고려하지 못하는 등 예초 사업계획 자체가 부실한 것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김치원료 공급단지는 치솟는 공사비용과 절임농가들의 반발에 부딪쳐 절임 가공시설이 사업에서 빠지게 됐다. 국도비 168억원, 군비 122억원 등 총 290억원을 투입해 1일 약 50톤의 절임배추 생산시설과 배추 1만톤을 동시에 저장할 수 있는 연면적 1만5000㎡ 규모의 저온저장시설 등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용이 최근 3년 간 30% 이상 올라 이 예산만으로 계획했던 시설을 모두 짓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절임배추 농가들의 반발도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지만 이는 당초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지역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될 뿐이다.

이 사업 역시 기업도시내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사업부지의 적정성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모사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사업부지를 미리 선정해야 하는데 기업도시는 토지 소유주가 한 곳으로 상대적으로 대규모 부지를 매입하기 손쉽다 보니 행정 편의주의로 기업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사업들까지 몰아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해남군은 지역발전과 삶의 질 향상 등을 명목으로 각종 정책을 발굴·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적잖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얘기치 못한 변수와 마주할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꼼꼼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주민들의 공감대가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해 놓고 군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는 것이 아닌 계획 수립 전부터 주민들의 생각과 의견을 물어야 한다. 기업도시에 456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려는 수상복합공연장 같이 사업을 결정해 놓고 주민들에겐 지켜보라고만 해선 안 된다.  

앞으로 주민들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서 바라보길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해남형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실천이며 윤리경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