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주민 참여로 해남경제의 미래를 열자

유행관 (성화대학 디자인계열교수)

2025-07-07     해남신문

폭염과 폭우,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지금,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 상징이 바로 우리지역인 산이면 솔라시도다. 솔라시도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해 한국형 에너지 자립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수소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를 결합하고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팜, 그리고 친환경 산업단지와 연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솔라시도가 진정한 성공 모델이 되기 위해선 단순히 발전용량과 기술 수준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건 주민이 에너지 전환의 주인이 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덴마크 삼소섬, 독일의 슈나우 시민전력협동조합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제공한다. 이들은 모두 재생에너지 사업의 설계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하고 지분을 소유하며 수익을 공유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덴마크 삼소섬은 주민과 지역기업이 육상과 해상 풍력발전기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그 수익으로 복지, 교육,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독일 슈나우 협동조합은 주민들이 직접 전력망과 발전소를 인수하며 시작됐고 현재는 재생에너지 수익을 지역에 고스란히 환원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단순한 발전소 설치지가 아니라 에너지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자부심과 지속가능성을 일군 해외의 성공사례다.

반면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주 한경풍력, 영광 해상풍력 등 일부 주민참여형 사례가 있지만 주민의 지분 참여는 30% 미만에 그쳤다. 대부분 주민참여는 갈등을 완화하는 보상 수단에 머물렀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솔라시도는 한국형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모델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주민들이 단순히 재생에너지 사업의 주변인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발전소 지분을 보유하고, 수익을 공유하며 지역경제와 복지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주민 지분 참여 의무화가 필요하다. 덴마크의 주민지분법처럼 발전소 건설 시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주민에게 우선 분양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다음은 지역 협동조합, 주민 펀드 활성화가 중요하다. 지역 주민이 소액이라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발전 수익의 지역 환원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 마을 기금, 교육지원, 에너지복지, 청년 일자리 창출, 의료혜택 등 주민 체감형 사업에 수익이 재투자되도록 해야 한다. 

솔라시도가 단순한 전력 생산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의 중심지로 거듭나려면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가 핵심이 돼야 한다. 주민이 주인이 될 때 갈등은 줄고 수용성과 자부심은 커진다. 주민이 주인인 재생에너지, 수익이 지역에 환원되는 에너지 전환 모델을 만들지 못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갈등과 불신만 키우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될 수 있다.

지역의 에너지가 지역의 부가 되고 주민이 주체가 되는 에너지 전환, 그 길은 멀리 있지 않다. 해남 솔라시도에서 그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