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넘어 녹색소비로 지속 가능한 내일을

정주아 (해남자원순환연구회 활동가)

2025-06-23     해남신문

매년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1972년 제정한 이날은 우리 모두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국제적인 기념일이다. 2025년 환경의 날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 Plastic Pollution)’이다.

플라스틱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해양 생태계와 인간 건강을 위협하는 ‘조용한 재앙’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편리함의 그림자 속에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피해가 숨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기후 변화’가 아니라 ‘기후 위기’라 부를 수밖에 없는 시대. 환경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녹색소비’다. 녹색소비는 단순한 소비 습관의 변화가 아니다. 내가 선택한 소비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고 사회적 책임과 생태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삶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 환경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것이 바로 녹색소비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과도한 자원 낭비와 불필요한 소비로 가득하다. 택배 한 건당 수십 겹의 비닐 포장,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플라스틱 용기 남용, 계절을 거스르는 과일 소비로 인한 에너지 과다 지출, 카페에서 무심코 받는 일회용 컵, 한 번 입고 유행이 지나 버려지는 패스트패션, 수명이 다하지 않았음에도 새 제품으로 교체되는 전자기기, 매번 새로 사는 비닐우산,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저가형 생활용품 등은 사용 후 바로 쓰레기로 전락한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결국 탄소 배출 증가, 폐기물 문제, 자원 고갈로 이어진다.

녹색소비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시작점이다. 가까운 마트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식재료를 고르고 다회용 가방을 챙기며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실천이다. 친환경 인증 제품을 소비하고 과대포장 제품을 피하며 전력 소비를 줄이는 전자기기를 고르는 것도 녹색소비의 한 방식이다. 무엇보다 ‘덜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녹색소비다. 소비 자체를 줄이면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도 함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만큼만 사고, 오래 쓰고, 고쳐 쓰고, 나눠 쓰는 것이야말로 환경과 지구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소비 혁신이다.

실제로 몇 년 사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비건 제품, 중고거래, 리필 스테이션 등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작은 실천들이 쌓여 더 나은 내일을 만든다는 믿음 아래, 더 많은 이들이 녹색소비를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천이야말로 가장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실천이기도 하다.

실천의 첫걸음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남군자원순환복합센터에서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 사용하지 않는 옷, 장난감, 그릇 등을 자유롭게 판매하거나 나누는 자원순환 장터가 열린다. 버리기보다는 나누는 실천, 새로 사기보다는 순환하는 소비. 이 장터는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동시에 지역 주민 간의 따뜻한 연대와 실용적 친환경 문화를 키워가는 좋은 기회가 된다. 자원순환과 나눔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환경의 날은 하루로 끝나선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단 하나뿐이다. 소비는 곧 선택이고 선택은 곧 책임이다. 오늘 우리가 어떤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지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녹색소비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작지만 확실한 변화에서 출발한다.

지구가 보내는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자. 녹색소비는 지구와 공존하는 삶을 위한 가장 실질적인 행동이다. 이번 6월 단 한 번의 소비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선택’을 해보자. 변화는 언제나 ‘나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