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장날

김윤명 향우(삼산면 대흥리)

2025-04-14     해남신문

 

 

 

 

 

 

추석 전 해남 장날, 
어머닌 여름 끝자락에 거두신
고추며, 깨며, 녹두며 바리바리 챙기시곤

읍내 장에
돈.사.러. 가셨다

추석도 앞이라,
이것저것 장만할 게 한두 가지 아닌데 
가을(추수)은 멀었고
여름 곡식은 돈이 되었다

꼬불 꼬불 시골길
버스는 옆 마을 아짐들의 짐들로 가득

부릉 부릉 완행버스
다시 이웃 마을에 서면 그야말로 보물버스

돌아돌아 읍내 정거장
누군지 몰라도 짐보따리부터 잡는다

낯익은 얼굴들인지 
‘아따 송산이댁, 내가 더 처주께라’

한참 실강이 
‘그라믄 쪼께 더 주께라’

흥정은 멈추고
초록에 붉은 종이돈 몇 장 건네지고 
돈을 사신 어머닌 장터로 가신다

여름 끝자락 추석을 앞둔 
장날, 어머닌
돈.사.러. 가시곤 하셨다

당신을 위해선 
십원짜리 한 장도 쓰지 않으셨다

그런 나는
맛난 것을 사오실까
시계 보며 눈만 말똥말똥.

ps. 
그런 어머니를 이젠 기다릴 수도 없지만
밖에 나갔다 돌아올라치면 
집에 있는 아이들이 밟혀
뭐라도 사들고 돌아온다
그 옛날 어머니나 아부지가 그러셨던 것처럼.